엊그제는 소낙비가 내려도 아주 많이 내렸다. 갑갑한 마음에 산책 한 바퀴 돌면서 명암호수로 가니 물이 철철 흘러내리고 흙탕물로 가득했다. 겨울인데 얼어야 할 호수는 장마철처럼 물이 한강으로 고여 있고 내린 비는 도랑물이 되어 콸콸 쏟아진다. 하늘은 참 귀도 밝다. 때아닌 겨울에 왜 이렇게 장대비가 내린다고 뉴스가 나오고 아우성을 치니 하늘이 알아 들었나 보다. 다음 날 오후부터 눈이 펑펑 쏟아졌다. 기온도 급강하로 곤두박질하듯 매서운 추위다. 이렇게 눈이 온 날 날씨도 추운데 사람들은 밖으로 다 많이 쏟아져 나온다. 등산 스틱을 양손에 들고 산으로 오르는 부부의 모습들이 많은가 하면 나이 드신 분들도 눈 길을 걸어 걸어 양궁장으로 모였다가 근처 낙가산으로 오른다. 몇 해 전에만 해도 우리 부부도 그랬다...
제주도 여행을 가겠다고 미리 예약한 것이 세가지이다 항공권이 그렇고 숙소며 렌터카가 그렇다. 며칠 후 출발인데 남편의 심전도 검사 결과에 의한 심장박동기 수술 날이 잡히는가 하면 친정 어머니 마저 뇌경색으로 쓰러 지셨다. 남편은 어쩌나 하고 고민하는 눈치다. 남편은 여행 다녀 와서 입원하면 되고~~ 친정 어머니는 보호자 입실이 안 되는데 면회 가 볼 수도 없고 어쩐담? 뇌졸중 중환자 집중치료실을 거쳐 일반 병실로 옮기면 가장 좋은 치료법일 수 밖에 없는 어머니는 사경을 헤메시는데 우리는 여행을 떠나야할까~ 그렇다고 위약금 내고 취소해야 하나 고민하는 날이었다. 어머니는 조금씩 차도가 있다는 연락에 안도하며 친정 동생들과 아들과 딸들에게도 제주도 잠시 다녀오마고 말도 못하고 다녀 오게 되었다. 애월 곽지 ..
아이들에게 한 박스씩 보내고 우리 집까지 다섯 박스 주문한 그 감귤이 어제 도착이다 그 감귤은 사실 매끈하거나 곱게 생기지 않았다. 대신 껍질이 두껍고 비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단단하게 익었다. 하여 그 감귤은 마트에서 사는 것과 달리 쉽사리 상하지 않고 냉장고에 넣지 않고 먹어도 버리는 게 별로 없다. 그 감귤은 블친 아니지 이젠 티친 이라고 해야 하나. 티친 카라님이 직접 제주도 남원읍 하례리에 작업하고 딴 감귤이다. 감귤 따는 작업 하면서 한라산 눈 덮인 사진을 올리고 한라산 가고 싶다고 엉덩이 들썩이며 딴 감귤이다. 썩 연하지 않으나 당도는 높아서 입 안에 한 알 까서 넣으면 설탕물처럼 톡 터져 나온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 묘하기도 해서 블로그 친구로만 익숙하게 알던 닉네임인데 업데이트 한 사진에서..
2023.08.09 지난 여름날이다 느닷없이 드라이브 나가자고 하더니 동남지구로 빠져나간다 이 더위에 어딜 가시려나 물어봐도 답을 안 해주고 잠자코 가 보면 알게 된다니 믿어나 보자. 고은 사거리에서 문의로 나가는 길에서 휙 좌회전이라니 길도 아닌 길로 들어서나 싶었다 참 애매한 길이긴 하다. 소풍~~??? 내가 좋아하는 소풍이네 수학여행보다 해외여행보다 더 좋은 말 '소풍'이다 風(풍) 자가 멋지다 누군가 켈리그라피 좀 했나 보다 그런데 고깃집 식육식당이 굳이 '소풍'이라니 좀 안 어울린다 싶었는데 위층에 카페까지 갖추어져 있어서 그럴 만도 해 보인다. 고기 먹고 올라가면 딱 몇 % 할인해 주는데 시중에서 마시는 그 값이니 할인이라고 할 가격은 아니었다. 어떤 보리밥집은 보리밥이 왜 이렇게 값나가는 음..
작년 이맘때 경주 2박 3일 여행 갔다가 3일 차에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남편은 즉석에서 발견 후 곧장 병원 후송하여 급속히 호전되어 지금은 일상생활에 복귀했다. 1년 동안 여러 검사 결과 부정맥에 의한 서맥 현상으로 진단이 나오고 6~7초간 맥박이 멈춘단다. 그로 인해 혈전이 생길 수 있고 뇌경색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 입원하여 를 이식한다. ~~~~~~~~~ 건강하신 줄만 알았던 89세 친정어머니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셨다. 지금 뇌혈관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고 계신다. 아주 조금씩 경미하게 좋아지고 계시다는 소식이다.
두 돌 지난 외손녀가 왔다. 1박 2일 봐 달라며 서울의 무슨 공연을 보고 서울 야행을 떠났다. 날도 춥고 콜록콜록 기침감기는 달고 왔으니 바깥으로 나가지 못해 집 안에서 뱅뱅이다. 어린이 집에 있었으면 낮잠 시간 대로 한 숨자고 놀 텐데 할아버지 할머니 방을 오가며 오만가지들이 다 나온다. 심지어 할아버지가 며칠을 찾아도 못 찾던 물건이 나오니 오히려 반가운 물건도 있다. 이래서 아이들과 지내면 웃을 일이 많아진다. 외손녀가 오던 날 간식 가방 하나 만들어 주니 좋아하다가 금방 집어던지고 다른 장난감 갖고 놀더니 또 '어딨지?'라며 찾는다. 잠깐 외손녀를 할아버지에게 맡겨 두고 마트며 꽃집으로 다녀왔다. 세상에나 오박 난장 된 거실, 치우는데 시간이 걸린다 해도 아이 때문에 웃음이 더 많다. 2박 3일..
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얼마나 예쁜 세상일까.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상상만 해 보며 우산 들고 걷는다. 비가 내린 들 어떠하리? 집에서 바깥세상 내다보는 것보다 맑고 차가운 공기 마시며 걸으니 멀다고 느꼈던 산림공원 2킬로도 금방 와닿는다. 둘이서 같이 걸어 남편은 김수녕 양궁장에서 달리고 나는 양궁장 옆 용정 산림 공원 한 바퀴 돌아 내려왔다. 산림공원 입구에 벗어놓은 신발이 가지런하다. 맨발로 걸으러 간 사람들이 벗어 놓은 신발들이다. 동파 방지를 위해 상수도 두 군데는 이미 사용금지로 씌어있다. 맨발 걷기 후 발 씻던 곳까지 폐쇄됐고 그렇거나 말거나 줄기차게 걷던 맨발 걷기는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다. '발 시리지 않나요?' '아뇨, 많이 시려요' 맨발로 걷는 부부의 발이 빨갛게 상기 되었다. '건강한 ..
지나간 봄부터 퀼트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젊은 날에는 내가 할 일이 아니 라며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언감생심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다. 봉제교실마저도 눈이 좀 더 밝을 때 했으면 좋았겠지만 퇴직 후에 시작하려니 이미 좀 늦었으나 또 다른 재미에 빠진다. 만드는 것 모두가 내게는 습작이다. 어느 것도 '잘 만들었 구나' 싶지 않고 다음에는 더 예쁘고 견고하게 만들고 싶다. 세 딸이 있지만 아무도 선뜻 '예 쁘다'고 나 달라고 하지 않는다. 큰 딸이 건강을 위해 과채식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도시락 가방용으로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다. 좀 큰 게 좋다고 한다 내 첫 작품 솜씨이다. 지금 보니 '좀 더 예쁘게 만들어 줄 걸'하는 생각이 든다. 여름 내내 꽤나 여럿을 만들었으나 내 거는 정작 남아 있..
늦가을이면 어떻게든 늙은 호박을 구하려고 애쓴다. 작년에는 문광 저수지 다녀 오다가 밭둑에 늙은 호박이 서리 맞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서리태를 수확하고 계신다. '할아버지 이 호박 얼마예요?' '그건 뭣에 쓰려고 그러나?' '저 가져가도 되나요? 얼마 드릴까요?' '아녀, 그냥 두면 얼어서 썩을 텐데 가져가슈.' 헐~~ 횡재했다. 주머니에 하필 현금이 한 푼도 없다. 언제 지나치게 되면 그 할아버지 만나서 다만 얼마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올해는 호박도 안 보이고 할아버지도 안 보였다. 아쉬운 빚을 진 듯한 마음이다 올해는 미호천으로 몇 번 가다 보니 가까스로 구할 수 있었다. '늙어서 좋은 건 호박뿐이다' 라는 말에 동의하면서 늙은 호박국을 끓였다 두꺼운 껍질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들기름 듬뿍..
카카오 톡으로 받은 생일 선물 영화 관람권과 팝콘에 음료수 2 통이다. 받아 놓은지 몇 달이고 잘 마시지 않게 된 커피 쿠폰은 다른이에게 다시 선물도 하고 영화는 적당한 게 있으면 보자고 미룬 상태였다. 코로나 기간 이후에 한번도 못 가 본 영화관이다. 언제 무슨 영화를 볼까 하는데 '서울의 봄' 예매율이 엄청 높다고 한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뻔하고 영화 포스터만 봐도 그림이 그려지지만 우리도 그 시대를 살아온 베이비 부머 세대이니 어떤 영화이든 진상이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영화다. 전두광, 노태건, 정상호 등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이 조금씩 바꿔었지만 그 사람 하나하나에 이미지가 말하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에 의해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 당했다. 그때부터 보안사령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