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할 때 쓸모없는 물건들을 이렇게나 많이 안고 살았나?입지도 않을 옷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살림이며 가재 도구 역시 미련없이버리고 떠나면서 미니멀한 삶을외치고 또 외쳤다.아깝다고 버리지 못하던 물건들당근으로 나눔하거나 더러는돈을 받기도 했고 나머지는 재활용박스에 넣기도 하고 돈 주고버리기도 했다.오래 쓴 에어컨도 이동설치비가 엄청나다. 작년에 배수 호스가 말썽을부려서 때마침 와있던 셋째 사위가수리했다. 철물점에서 호스를 사오니 꼼꼼하게 교환해 주었다.지난해 지독하던 더위에 사위덕을톡톡히 본 셈이다. 그 에어컨도 이삿짐센터 직원이 떼어가고새로 사야지 하다가 프로모션걸린 기간에 새 에어컨으로바꿔 달았다.봄이 오락가락 올까말까 하더니벚꽃 피었다고 좋아라 하고나가보면 아직 추운 바람에놀라면서 꽃구경 끝냈..

비록 디카페인을 마시지만이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좋다.주말에는 아들과 며늘이 수영 모임이 있다고아이를 맡기러 왔다. 좀 늦은 귀가시간이라 대신 이사한 후 처음으로 시댁에서 자고 가겠다고 한다.이사 후 여러 번 왔으나 우리 집과 가까운 거리에 사는 도원이는 100일도 지나지 않아서밤에는 좀 일찍 집으로 보냈다.이번에는 자고 가겠다고 하니 좀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밤 8시쯤 잠자기 전 수유를 마치고트림시킨 후 바로 재우지 않고조금 데리고 놀다가 재우면된다고 했건만~~~~도원이는 수유할 때 이미 늘어져잠이 들어 버린다. 삼키며 자며겨우겨우 양만큼 다 먹였다.먹을 때는 늘어져 자더니 다 먹고나서는 눈이 아주 또록또록 잠이날아가 버렸는지 사방을 살핀다.아니 엄마 아빠를 찾는 건가? 몇 시간째 ..

결혼하고 집을 여러 번 구해 살았지만이상하게도 남향집 구하기는쉽지 않았다.20대 후반 동향집, 30대에 동서향아파트가 당첨되었고 40대 역시어찌어찌 구하다 보니 들판이 보이는서향집이었다.쉰세대가 되어 청주로 이사하고동남향집을 거쳐 서남향 집에서오래 살았다. 요즘은 이사를 자주다녀야 하는 것이 재테크 수단이라하지만 시류에 능하지 못한 나는그저 욕심내지 않고 살았다.돌아보면 그때 그 아파트 분양 받았더라면 하면서 '만약에'를 되뇌어보아도 이미 지나간 일이자만약이란 불가능을 전제로 한 것이니 말이다.이젠 정말이지 노후의 삶을 내다보며 이사하는 심정이란 그저담담히 욕심 없이 건강한 세상을 살아내는 지혜로움을꿈꿀 뿐이다.

모처럼 오전 시간이 빈다이 참에 무심천까지 걷고 오자고집을 나섰다.겨울 햇빛이나 눈이 부시다.선그라스로 자외선을 좀 가린다.바람이 차가워서 그래도 눈물이 자꾸 흐른다. 춥다 춥다 하여도 산수유 봉오리에서 봄을 본다까치는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계단을 오르듯이 높은 나뭇가지 끝에올라 꼬리를 까닥거린다.좋은 짝을 만나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려나보다그러면 까치는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구나.흐~나보다 낫다일찌감치 봄이오는 걸 알고 미리 둥지를 짓고있으니 말이다.요오요오~~버들강아지 껍질 벗겨 버들피리 만들어 불어주던어린 날의 동네 오빠들 추억이 묻어나는 버들강아지 피어 올랐다.붉은 머리 오목눈이(?) 일까?작아도 너무 작은 새들이 떼를지어 붉은 가지 나무 사이를 노닐며그들도 둥지..

남편 직장과 아이들 학교 진학으로이곳으로 급히 이사하면서 어느새20년째 세월을 맞는다.그러고 보니 그 세월에 세 번의 이사를 거쳐 이 아파트에서 14년을살았다. 돌아보니 우리 부부도이제는 노후생활로 접어들었다.마음 같아서는 안 살아 본 낯선곳에서도 좀 살아보고 전국을1년 살이로 다녀 보자는 생각도없지 않았으나 그건 생각에그칠 뿐이었다.어느 해 조기퇴직을 염두에 두고 '한 번살아보기' 로 다녀온 태국 치앙라이 살이도 퇴직하면 겨우살이로 따뜻한 곳에서 겨울나기를 꿈꿨으나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10 년이 되도록 다시 가지 못했다.어쩌면 모든 것이 그랬다.그러는 사이에 세월도 훌쩍 가버리고이제는 젊지 않은 생활로 접어든다싶으니 이곳을 떠나 다른 동네에서살아보고 싶었다. 순전히 내 생각만으로.남편은 처음에 극구 ..

한 해를 돌아보니 4남매의 가정과우리네의 집안일들로 마음 졸이던일이 풀리기도 했다.무사히 손자도 태어나고 돌아보니 모두에게 축하할 일이 많았다.남편과 상의 후 이번 설날 상차림에는 케이크 하나올리고 모두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기로 했다.우선 큰 딸은 큰 딸인 만큼시댁과 친정에 막중한 책임감을가진 마음이다.1년 사이에 아파트와 시골집과시댁과 친정까지 보태고 보태어 분양 당첨까지 집 거래 5건이완수된 큰 딸네이다.둘째 딸 역시 올해 분양한 아파트로입주이자 외손녀가 바라던 대학합격이라 역시 축하의 대열에끼었고셋째 딸네 사위는 육군본부에서 오랜 군생활의 모범이라도어려운 진급이 되었으니 그 또한 축하의 날이다.넷째 아들.참 힘든 한 해를 보내면서도태중의 아이에 희망을 보며지냈고 무사히 태어났다.아들은 지난해 어렵..

어제 사다 놓은 가오리를 썰어무침하려고 막걸리와 식초를 섞어담가 놓고 무와 배 오이 미나리 도라지를 손 보려니 큰 딸의 전화가 울린다.'엄마, 뭐 하셔요?' '우리 예산 선산에 성묘 다녀오는 길인데 세종 매운탕하는 곳으로 오실래요?' 남편에게 갈 건지 의사를 묻기도 전에가겠다고 대답을 해 버렸다.대신 거기 매운탕집이 오늘 영업하고 있는지부터 알아보고연락 달라고 했다.딸의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큰 딸이 매운탕 먹자는데 가실 거면얼른 옷부터 챙겨 입으시라고 했다.4~50분 후에 만나자고 다시 전화가 오고.그러지 않아도 요즘 남편이 설거지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외식할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남편은입이 귀에 걸렸다40분 후 만나기로 하고 세종시연동면으로 출발이다외출도 잦아들고 날씨는 춥고여행마저 어쭙잖은 명절 앞이니살..

친정엄마와 하룻밤 자고다음날 돌봄 센터로 어머니를보내 드리고 한밭 수목원 열대식물원과 천연기념물 센터를돌아보기로 했다.마침 가까운 곳에서 근무 중인셋째 딸에게 '점심 같이 먹자'라고하니 런치 타임만 시간이 난다고.열대 식물원 푸릇한 식물을 보니 눈이 즐겁고호젓해서 좋은 시간이다.돌고 돌아 크지 않은 열대 식물원을 나와천연기념물 센터로 가 보았다잊히고 사라지거나 보호 해야 할 천연기념물도돌아보니 그 또한 보물들이다. 곤충 생태관에서는하얀 나비가 날아다니며 이 꽃저 꽃에 앉는다.한 겨울에 이 얼마나 좋은세상인가 싶다.이윽고 점심시간이다.한밭 수목원 옆 신세계 백화점푸드코트로 가서 달콤한 언양식불고기를 먹고 바쁜 시간에나온 딸은 다시 회사로 들어가고나는 차가 없는 친정 나들이에신탄진을 거쳐 오랜만에 시내버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