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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직장과 아이들 학교 진학으로
이곳으로 급히 이사하면서 어느새
20년째 세월을 맞는다.
그러고 보니 그 세월에 세 번의
이사를 거쳐 이 아파트에서 14년을
살았다. 돌아보니 우리 부부도
이제는 노후생활로 접어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안 살아 본 낯선
곳에서도 좀 살아보고 전국을
1년 살이로 다녀 보자는 생각도
없지 않았으나 그건 생각에
그칠 뿐이었다.
어느 해 조기퇴직을 염두에 두고
'한 번살아보기' 로 다녀온
태국 치앙라이 살이도
퇴직하면 겨우살이로 따뜻한
곳에서 겨울나기를 꿈꿨으나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
10 년이 되도록 다시 가지 못했다.
어쩌면 모든 것이 그랬다.
그러는 사이에 세월도 훌쩍 가버리고
이제는 젊지 않은 생활로 접어든다
싶으니 이곳을 떠나 다른 동네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순전히 내 생각만으로.
남편은 처음에 극구 반대였다.
이렇게 편의시설과 체육시설과
공원과 도서관까지 갖추어진 살기 좋고 정든 곳을 떠나면
어디 가서 또 정 붙이고 사느냐고
난감한 심정인가 싶었다.
딸들도 여기 좋은데 어디로
갈 테냐고 반대의향을 비쳤다.
서로 상의 상의를 거쳐 결국 남편도
이사 가는 것으로 동의를 하고
'그래~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고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자'라고 했다.
어렵지 않게 집이 팔리자 가야 할
곳을 찾기가 오히려 난감했다.
살아보고 싶은 집이라고 욕심
한 번 내지 않고 이 집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변할 줄 나도 몰랐다.
요즘 내 집은 돈대로 가는 삶이다.
막상 집이 팔리고 나니 우왕좌왕
하는 맘이 잠깐 들었다.
어디로 갈까?
어느 곳에서 살아볼까?
가까운 시내를 비롯하여 오창 옥산
조치원까지 돌아보며 내 노후의
삶이 될만한 곳을 결정해야만 하는
최종의 조건은 우선 집값이다.
이러저러 우여곡절을 겪고
지금 가야 할 곳으로 낙점되었다.
많이 버리고 살았지만 이사하려니
쓸모없는 것들을 너무도 많이
껴안고 살았나 싶다.
이사준비
올 겨울은 많이 버리고 기부하고
당근도 하며 많이 비웠다.
다 비우고 가자는 남편의 말처럼
너무 소박할만치 버렸다.
꽃도 버리고 화분도 다 치우고 버리고 나니 집안이
환하게 밝아지고 도로
여기 살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무엇일까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차근차근
진행되는 이사 준비나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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