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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삶/음식

늙은 호박

낭만할매 안단테 2023. 11. 25. 09:45





늦가을이면 어떻게든 늙은 호박을 구하려고 애쓴다.

작년에는 문광 저수지 다녀
오다가 밭둑에 늙은 호박이
서리 맞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서리태를 수확하고
계신다.

'할아버지 이 호박 얼마예요?'

'그건 뭣에 쓰려고 그러나?'

'저 가져가도 되나요? 얼마
드릴까요?'

'아녀, 그냥 두면 얼어서 썩을
텐데 가져가슈.'

헐~~ 횡재했다. 주머니에 하필
현금이 한 푼도 없다.
언제 지나치게 되면 그 할아버지
만나서 다만 얼마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올해는 호박도 안 보이고
할아버지도 안 보였다.




아쉬운 빚을 진 듯한 마음이다

올해는 미호천으로 몇 번
가다 보니 가까스로 구할 수
있었다.

'늙어서 좋은 건 호박뿐이다'
라는 말에 동의하면서
늙은 호박국을 끓였다

두꺼운 껍질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들기름 듬뿍
넣어 국물은 보이지 않을 만큼만
붓고 끓인다.

끓이고 나서 다진 마늘 한 스푼
넣어 휘휘 저으면 호박이
으깨진다.




내 겨울 보양식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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