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3 대천에서 길을 나서 계룡 딸네 집으로 가기로 한 날이다. 우선 퇴근 전이니 몇 군데 돌아본 후 퇴근 시간에 맞추어 딸네 집으로 가보려던 심산이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보령에서는 제법 굵게 내렸고 부여를 지날 때는 비가 그치는 듯하더니 강경 가는 길이 어찌 그리도 먼 길인지. 큰길을 벗어나 내비게이션은 왜 농로 비슷한 길을 안내하는지 잠시 이라고 하다가 다시 으로 돌아오는 내비게이션 안내이다. 배는 고프고 운전하는 남편은 좀 짜증스러워한다. 길 복판에 무슨 공사를 했는지 울퉁불퉁한 길이다. 어차피 내가 운전해도 이 길을 벗어나야 좀 평탄한 길이 될 듯하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나선 길,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식당은 없고 온통 짭짤한 젓갈집뿐이다. 그러나 마나 밥 먹을 곳을 ..
2 년 전 모임 후 다시 얼굴을 본다. 그동안에 누구네 남편이 발 뒤꿈치 다치고 또 누구네 남편이 뇌경색이 지나갔다. 가장 젊은 남편 역시 담낭 수술을 하고 모두 평상의 삶으로 돌아왔다. 멀리 치앙라이 겨울 삶을 사는 친구네가 2월에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났으니 이쯤에서 얼굴 한 번 보자는 제의를 하였으니 그 또한 카라님이 앞장섰다. 그렇게 많은 일들이 우리 삶의 중심 인 세월이 흘러 칠순을 맞은 남편이 올해로 셋이고 우리 멤버 중 한 명도 칠순을 맞으셨다. 우리네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 가는 날이 하늘사다리님 결혼기념일 이라고 하는데 축하의 말만 전하고 맛난 아점 샤브로 배불리 먹고 탄금 공원으로 가서 파란 하늘과 흰구름과 푸른 강물과 벚꽃이 핀 길을 걸었다. 저마다의 삶에서 벗어나 잠시 얼굴 보..
서산 수선화를 보고 대천으로 내려와 2박 3일 머물렀다. 우리 부부 여행은 언제나 느릿느릿 바삐 다니지 않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남는 게 시간뿐인 은퇴부부가 느리고 더디게 천천히 다닌다. 어디 좋은 곳 찾아가 좀 보고 와서 쉬고 또 쉬고 나서 보러 가고 그러면서 다니는 여행의 묘미를 즐기며 다닌다. 대천은 여름 해수욕 도시라고 하지만 초봄의 날씨에도 사람들은 제법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그것도 맨발로. 우리 부부는 집라인 생각은 못하고 스카이 바이크를 탔다. 4인용인데 2인이 발로 구르자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르막에는 기계가 자동으로 올라가게 하는데 처음 가는 방향에서는 그걸 모르고 열심히 발로 밟았더니 땀이 흠뻑 났다. 왕복 반환점에서 다시 설명을 덧붙여 듣고 난 후에야 자동시설을 이해하게 되어..
남편이 멋글씨를 쓴다고 매일 하루 한 장씩 쓰면서 정호승 시인의 라는 시를 읊어준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정호승》 제목은 인데 수선화 꽃 이름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 동네 벚꽃 축제는 시작 되었으나 벚꽃이 아직이다. "벚꽃도 없고 매일 아침 '수선화'를 읊어주니 나는 '수선화'가..
아기다리고기다리~~~~ 던 3월이 왔건만 아니 3월이 다 가려하건만 꽃소식은 이미 도착 했는데 벚꽃은 이쯤에서 핀다고 하더니 무심천을 몇 번 드라이브 스루 해도 꽃이 별로 없다. 남 먼저 피는 꽃은 목련이며 산수유가 이미 지는 꽃인가 하면 앙 다문 채 피지 못하는 벚꽃은 날씨 탓이려니. 지난주에는 이른 아침 분당 서울대 병원에 남편의 정기 검진이고 다시 결과 보러 일주일 후에 다녀왔다. 하필 감기약을 먹고 운전 하니 어찌나 졸리는지 올 때는 소나기가 내리고 남편이 운전했다. 3월은 병원 투어하는 달처럼 느껴진다. 어제 다시 충북대 병원 신경과, 4 개월분 약을 받으니 돈도 거금이고 한 보따리다. 8시간 금식 후 채혈하는 날이다. 결과를 보려고 예약한 시간이 좀 멀어 집으로 가자니 그렇고 식당에서 남편은 ..
난 지금도 도다리와 광어를 구분 하지 못한다. 다만 '좌광 우도'라는 들은 풍월만 알 뿐이다. 며칠 전 들판에서 뜯어온 쑥국을 된장 넣고 전통(?) 방법으로 끓여 먹자고 했더니 올해는 도다리 넣고 한 번 끓여 먹어보면 어떻겠느냐니 그 또한 그럴 듯도 하고 텔레비전에서만 보는 좀 먹자니 그 말도 맞는 듯하다. 작년인가 도다리 대신 가자미 넣고 끓인 쑥국이 시원하고 맛났던 기억이다. 마트 두 군데를 돌아봐도 도다리는 없었다. 하는 수 없지 *팡에서 주문하고 다음 날 도다리를 받았다. 시들하던 쑥이 씻어 놓고 며칠 지났는데 더 싱싱해 보인다. 다시마 국물내고 도다리 넣은 쑥국을 끓였다. 개봉박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아닌가? 어째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 첫째 도다리 가시가 너무 많아서 먹을 때 보통 ..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검색 관객 동원수가 엄청나다는 소문만 믿고 내용은 일부러 검색해 보지 않았다. 영화 을 볼까 하다가 갑자기로 결정하고 감기야 들락날락 하거나 말거나 일단 마스크 장착하고 갔다. 멀티미디어로 본 것이 오히려 ..
며칠간 감기에 발목 잡혀 냉이 캐보러 가자던 날이 지나고 감기는 안 떨어지고.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픈 것도 아닌 어정쩡한 감기다. 병원으로 갈까? 들판으로 갈까? 요즘 감기는 약 먹으면 열흘 약 안 먹어도 열흘이라더니 내가 딱 그 모양새다. '나 오늘 병원 안 가고 들판으로 갈랍니다' 둘이서 나물 캐러 나가보니 세상에나 냉이꽃이 피고 꽃다지도 늙어 버리고 탐스러운 냉이 뿌리도 없고 이미 쑥잎이 나풀나풀하다. 냉이가 언땅에서 굵은 뿌리로 있을 때 달고 맛나는데 잎이 퍼지고 꽃이 피면 뿌리는 목질화 되어 찔기고 맛이 없다. 한 마디로 나물맛이 아니라 나무가 되어 버리니 냉이도 캐는 때가 딱 맞아야 한다. 정북토성 안에 바람이 안전할까 했더니 아니다. 바깥에 있을 때보다 더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논둑에서..
남편이 사우나 다녀오면서 배가 너무 고파서 붕어빵을 사 왔다. 가뜩이나 봉제교실에서 하필 칼국수 먹은 점심인데... 이걸 또 먹어야 할까 말까~~ 에라 먹자하며 두 마리 팥붕어로 먹었다 곁다리로 큰 사탕을 하나 사 와서 '오늘 화이트 데이 잖여~' '오~알쑤,,,,생유요' 남편은 요즘 붓으로 쓰는 멋글씨를 독학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붓글씨 삼매에 빠져 글씨를 창작해 내려 애를 쓴다. '너는 글을 쓰거라, 나는 떡을 썰마' 하던 한석봉이 생각나고, 중국 유학을 마치고 제주도에 8 년간 유배 중에 추사체를 만든 김정희가 생각난다. 공부라는 게 별 건가? 은퇴의 삶에 매일 마음 정진하며 글을 읽고 쓰며 건강함이 곧 공부(工夫) 아니랴. 내 공부(工夫)는 봉제교실에서 어렵다던 손가방 하나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