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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감기에 발목 잡혀 냉이
캐보러 가자던 날이 지나고
감기는 안 떨어지고.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픈 것도
아닌 어정쩡한 감기다.
병원으로 갈까?
들판으로 갈까?
요즘 감기는 약 먹으면 열흘
약 안 먹어도 열흘이라더니 내가 딱
그 모양새다.
'나 오늘 병원 안 가고 들판으로 갈랍니다'
둘이서 나물 캐러 나가보니
세상에나 냉이꽃이 피고 꽃다지도
늙어 버리고 탐스러운 냉이 뿌리도
없고 이미 쑥잎이 나풀나풀하다.
냉이가 언땅에서 굵은 뿌리로
있을 때 달고 맛나는데
잎이 퍼지고 꽃이 피면 뿌리는
목질화 되어 찔기고 맛이 없다.
한 마디로 나물맛이 아니라
나무가 되어 버리니 냉이도
캐는 때가 딱 맞아야 한다.
정북토성 안에 바람이 안전할까
했더니 아니다. 바깥에 있을 때보다
더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논둑에서 냉이 캐고 씀바귀 좀
캐고 쉼터 삼아 앉아 있으려니
세찬 바람에 그럴만한 곳이 못 된다.
에효~봄바람은 어딜 가나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구나 싶다.
이 많은 냉이와 쑥과 씀바귀를
다듬고 씻어야 먹는다. 냉이는 캐러
나가는 재미지 다듬고 씻어 먹기
까지는 너무나 많은 노력봉사가
필요하다. 이러면서 왜 냉이는
캐는고~?
'감기나 물러가라'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