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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삶/건강

친정 엄마

낭만할매 안단테 2024. 4. 30. 11:35


친정 엄마는 올해로 90세가 되셨다.
지난 12월 치과에서 발치 후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치과 치료는 부정맥 환자에게는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환자실에서 일주일과
일반 병실 3주를 거쳐 재활
병원에서 3개월
운동 치료를 겸한 재활 훈련으로
마침내 집으로 퇴원하셨다.



친정집 화초
친정집 베란다에 핀 부겐빌레아



다시는 집으로 오지 못하실까 봐
칠 남매는 똘똘 뭉쳐 어머니의
건강 회복만을 기도했다.

엄마는 덩치는 작지만 워낙 다부진
몸에 그 연세까지 무릎이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는 말씀 한 번도
없었으니 얼마나 건강하셨는지
고혈압 당뇨병도 없으시다.

아들 딸네 모두 고혈압에 당뇨
수치들이 엄마의 건강을 닮지
않았다.

대신 부정맥 약을 드셨다.



퇴원 후 요양원으로 안 가시고
집으로 오셨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지난주 며칠간 주간 돌봄 센터를
두 군데 체험 후 매일 아침 9 시에
어린이 유치원 가듯이 돌봄 센터로
가신다.

그림도 그리고 놀이도 하고
보조 의료기기로 찜질도 하고
아침 죽, 점심, 이른 저녁 식사를
하시고 오후 5시에 집으로 오신다.
지난주에 퇴원 축하 겸 잠시 얼굴만
보고 집으로 뽀르르 달려왔다.

어제는  담아 놓은 김치와 잠옷 바지와 레이스 파우치와
조랭이 생 떡국 가루를 가져가서
엄마와 하룻밤 자면서
어머니를 지켜보니 잘 드시고
얘기도 변함없이 잘하신다.
모든 부분이 잘 회복되셨다.

여전히 까다로운 식성과 깔끔한
성격처럼 집안 정리도 잘 되어
있었다.

옷 골라 입기 등은 예전과 다름없으시다.
목소리도 작은 체구에서 쩌렁쩌렁
하시니 며느리들이 기겁을
할 목소리가 아직 남아 있으시다.




다만 빨리 나와야 할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아 엄마는 미안해서 웃는다.
그럴 때는 다 알아 들었으니 애써지 말라고
달래며 차츰 회복될 거라고 위로한다.

아침 드시고 9시쯤 돌봄 센터에서
아파트로 올라와 모시고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배웅하고
남편과 집으로 왔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시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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