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저녁 남편과 같이 극한직업 젓갈 편을 보게 되었다. 내가 아는 젓갈이라고는 명란젓 창난젓 새우젓 오징어젓 어리굴젓이나 낙지젓 정도인데 별별 젓갈이 다 있다. 김장도 다가오고 젓갈을 대량으로 담기도 하고 이미 담아 놓기도 한 젓갈 공장 이야기였다. '내일 시장에서 젓갈 좀 사 볼까?' 우리가 찾는 젓갈은 어제 텔레비전에서 본 갈아 만든 칠게젓갈과 갈아 만든 황석어젓갈과 어리굴젓이다. 시장에는 그런 젓갈이 나오지 않고 어리 어리굴젓은 있었다. 굴을 숙성시켜 담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갈아서 만드는 건 갈치속젓만 있었는데 사지 않았다. 젓갈 짠내에 금기식품이다시피 했는데 밥반찬으로 짭짤하니 가을에 생각나는 입맛에 당기는 어리굴젓 조금 사 왔다. 짬뽕이 맛있던 집으로 가서 먹으려 하니 좀 맵다고 해서 간짜장..

일주일 내내 매일 나가자니 오늘은 어디로~~~??? (옆집 인테리어 공사는 이제 도배 중) 돼지고기 목등심 한 근만 사도 갖은 채소를 다 주는 단골집. 마늘과 상추 풋고추 새송이버섯 파절과 양념소스까지 모두 갖추어 준다. 지금은 매물로 내놓은 큰 딸네의 세컨드 주택에 가기로 했다. 한 동안 가보지 않은 곳이자 가족 모임도 휴양림으로 가거나 휴양촌으로 갔으니 근 1년 간 모이지 않은 곳이다. 이따금 장독대 돌보러 한 번씩 다녀오다가 오랜만에 바비큐 하자는 남편. 불 피우기 좀 귀찮고 힘들어서 그렇지 역시 숯불에 굽는 돼지고기가 맛나다. '음~~ 맛있다 바로 이 맛이야' 반 근만 먹자고 하다가 한 근으로다 먹고 잠시 미동산 뒤쪽으로 산책하고 집으로 오자니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추석이 지나니 하루하루 기온이 떨어진다. 들판에 곡식들도 곧 다가올 겨울에 대비하여 부지런히 알곡을 익힐 것이니 늙은 호박은 더욱 붉어지고 있을 테다. 여름 내내 사다 먹은 맵지 않은 고추도 이제 끝물이란다. 삭히는 고추와 고구마와 노랗게 익은 깻잎이 나왔다. 하마터면 만나지 못할 뻔했는데 오늘 아침 안성맞춤으로 잘 만났다 푸른 깻잎이야 영양가 좋고 더 싱싱 하지만 노란 깻잎은 어릴 때 먹었던 맛에 해마다 찾게 된다 남편과 둘이 차곡차곡 나란히 모아서 실로 묶고 며칠간 삭힐 참이다 투명하게 삭은 깻잎으로 담은 깻잎짠지는 딸네 아들네 모두 좋아한다. 어느 해 골굼짠지를 담아주니 이건 엄마 맛이 아니라고 한다. 왜 그럴까? 똑 같이 담았다 싶었는데 무엇인가 내가 담던 방식대로 아니었던가 보다. 나이 들면 입..

명절에 친정 오는 딸이 셋이요 시댁 오는 며늘이 한 명이다. 딸과 사위가 와도 무얼 하면 맛나게 잘 먹었다고 할까 신경 쓰이는데 며느리도 사위 이상으로 마음이 쓰이니 조금씩 고민하며 음식을 장만하게 된다. 아들과 며느리는 명절 전날 왔다가 친정으로 가고 딸들은 명절날 차례를 모신 후 친정으로 오니 아들과 딸은 친정에서 서로 만나지 못하는 셈이다. 하여 정하기를 며느리는 추석에 시댁에 먼저 오고 설날에는 친정에 먼저 간다. 좀 복합하지만~~ㅋ 추석 따로 설날 따로 정해놓고 설날은 세배가 있으니 서로 덕담도 주고받으며 여럿이 함께 세배하고 정담을 나눈다. 이번 추석에는 며느리도 추석날 합류했다. 기특하게도 아들과 둘이서 꼬지구이를 해 와서 내미는 손이 너무 고맙고 이쁘다. 딸네들이 늘 준비해 오기도 해서 나..

통일벼가 나오기 전에는 보릿고개가 심했던 시절이다. 동네 작은 골목에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우리 뒷집부터 6명 옆집 좌 5명 우 6명 우리 집 7명 아랫집 5명 동네 우물까지 가는 동안에 집집마다 아이들을 세어 보면 족히 50 명이 넘는다. 마치 요즘의 동남아 어디에서 조무래기들이 몰려 노는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많은데 집안에 먹을 게 없었다. 배고프니 늘 먹는 보리밥맛도 꿀맛이었다. 생일에나 한 그릇 먹던 쌀밥이다. 그렇게 자라고 나이 든 요즘은 쌀밥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잡곡밥 먹으라고 한다. 옛날로 치면 환갑 진갑 지났으니 나도 상노인에 속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자꾸 나빠지는 건강 수치에 신경이 쓰인다. 진천 오일장에 갔던 날 노란 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산이지만 두 공기 ..

더운데 ~~~어쩐다??? 갑자기 할머니 칼국수가 한 번 먹고 싶은데 밀가루 덜 먹으려고 칼국수 먹기를 멀리했는데~~ 아니구나, 시장에서 사 온 붉은 고추 보니 어린 시절 양념간장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냉장고도 없던 시절 이쯤에는 고춧가루가 다 떨어지고 햇고추가 나올 때까지 붉은 고추 갈아서 겉절이로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 또한 옛날 얘기다 '매콤한 붉은 고추 넣은 양념간장 칼국수 드셔 보셨수?' '먹어 봤지~~ 밀가루 반죽 해 줄 테니 국수 밀어서 해 먹어 보면 되지' '알 써요, 반죽만 해 주시요' 보기에는 괴상 망측한 붉은 칼국수가 통밀가루와 날콩가루를 넣어 반죽한 통밀가루 칼국수다 식감은 매끄럽지 않고 부드러우며 좀 뚝뚝한 맛이다 북어대가리 파뿌리 멸치 표고 넣어 국물을 우려내어 감자 넣고 호박 넣..

며칠째 장대비가 퍼부었다 짬짬이 나가던 운동하는 시간마저도 소낙비에 발이 묶였다 '오늘은 점심 나가서 먹읍시다' '그래? 비 오는 날은 칼국수가 좋은데 다른 거도 좋고...' '쌀국수 어때요?' 주차하기 좋은 식당가 명암유원지(명칭이 바뀜)로 간다 퍼붓는 장대비에 차에서 내릴 때 맞는 비로 이미 옷이 다 젖는다 그 집에 쌀국수 없다 대신 무한리필 샐러드바가 맘에 딱 든다 다음에 또 가고 싶은 집 하나 발견했다. 다음은 식사 후 코스 카페이다 새로 오픈한 카페 'STAY 인터뷰 ' 그 소나기에도 식당이든 카페든 이미 만원이다 그날 바라본 명암 호수는 붉은 황톳물과 부유물로 가득했다 명품 전망을 기대했던 맘에 조금 실망이지만 날씨 탓이라고 애써 달래 본다 4층은 루프탑이고 3층에 자리가 남아 있었다 몇 해 ..

탄수화물 중독에 시달리며 가까스로 저항성 전분밥으로 바꾼 지 1년이 되었다 그동안 4~5kg 빠진 뱃살이다 수척해지는 내 모습에 이웃 친구나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하는 말 '왜 어디 아팠어요? 남편 케어 하시느라고 너무 힘든가 봐요.' 그게 아니라고 건강체의 몸으로 바꾸려니 이 꼴이 되노라니 모두 웃고 넘어간다 날씬해졌는데 이 참에 시니어 모델이나 도전해 보라는 둥~ ~~~~ㅎㅎㅎ 웃고 만다 ~~~~~~~~~~^^ 남편과 정담을 나누며 지난번에 둘이서 깐 콩이 냉동실로 들어가기 전에 빵이나 쪄 볼까 하니 좋다고 해서다 우리 통밀가루에 막걸리 붓고 소금 살짝 뉴슈가 조금 넣어 30분간 발효 시킨 후 찌고 보니 많다. 딸이 와서 보고도 안 먹고 아들이 와도 만져만 보고 아무도 먹지 않는다 냉..

언제부터 탄수화물 적게 먹자고 쌀밥, 보리밥, 라면, 국수를 피했다 좋은 거 먹겠다고 하지만 보리밥 먹고 자란 세대가 밥이 빠지니 당췌 먹을 게 없다 쌀밥 대신 야채와 과일과 통곡물 빵을 먹어봐도 거칠고 맛없고 꼭꼭 씹히지도 않고 설렁설렁 씹어 삼키니 소화도 불량이다 '보리쌀 사서 보리밥 해 먹을까 봐요' 남편이 운전하는 날이다 '당신 좋아하는 거 먹으러 가자'는 말에 내가 좋아하는게 뭔데 그러실까 난 특별히 좋아하는 거 없이 다 잘 먹고 싫어하는 거 없이도 잘 먹는데~~~ㅎ 특히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호기심이 더 많은데 무얼 사주시려나 기대된다 '어디로 무얼 먹게요?' '가 보세~~~가보면 압니다' 평소 자주 다니던 길로 들어서는데 여기로 가면 뭐가 있지~~? 이쯤에 뭐가 있지~? 한 번도 안 가본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