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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벼가 나오기 전에는 보릿고개가
심했던 시절이다.
동네 작은 골목에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우리 뒷집부터 6명
옆집 좌 5명 우 6명 우리 집 7명
아랫집 5명 동네 우물까지 가는 동안에 집집마다 아이들을 세어 보면 족히 50 명이 넘는다.
마치 요즘의 동남아 어디에서
조무래기들이 몰려 노는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많은데 집안에 먹을 게 없었다.
배고프니 늘 먹는 보리밥맛도 꿀맛이었다.
생일에나 한 그릇 먹던 쌀밥이다.
그렇게 자라고 나이 든 요즘은
쌀밥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잡곡밥 먹으라고 한다. 옛날로
치면 환갑 진갑 지났으니 나도
상노인에 속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자꾸 나빠지는 건강
수치에 신경이 쓰인다.
진천 오일장에 갔던 날 노란 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산이지만 두
공기 샀다. 기장밥은 시어머님이
기장밥의 보드라움과 '베리 적으리'한 (어머님 표현) 향을 특히나 좋아하셨던 밥이다.
작년 봄 건강검진에서 당뇨경계
지수에 깜짝 놀라서 쌀밥을 차단하고 '저항성 전분밥'으로 잡곡밥을 먹었다. 싫거나 맛없지는
않지만 식탁 맞은편 남편의 쌀밥이
늘 맛나 보였으니~~~!
밀가루, 떡, 면은 금기식품으로 아는
남편은 '난 잡곡밥 주지 마시요'하니
쌀밥이 기본이고 이따금 보리나
기장이나 서리태콩을 섞어 밥을
짓는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여러 가지를
가리고 1년이 지나고 보니 지금의
공복혈당은 100 이하로 떨어졌다.
이럴 때 한 번쯤, 오랜만에 쌀밥으로 한 그릇 먹는다. 미역국과 먹으니 더 맛나다.(사실은 식당에서 먹을 때는 반 공기쯤 먹었다)
이 맘 때 가마솥에서 끓는 햅쌀밥
냄새는 향기로웠다. 그리운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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