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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삶/日常

비가 오는 날엔

낭만할매 안단테 2024. 6. 10. 11:00


소소한 소풍으로 로드파크에서
라면 먹으며 멍 때리고 보니
또 언제 미호강으로 나가 커피나
끓여 먹고 오자고 한다.

그곳은 둑방에 있는 쉼터라
나무 그늘도 없으니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에 나가 보자고 했다.

말이 떨어지자 며칠 후 비가 내린다.
서둘러 물을 담고 디카페인 커피
챙기고 혹시 비가 많이 올까 봐
파라솔까지 차에 싣고 출발.

가랑비가 제법 굵어지고 비가 후드득
거리니 자리 펴기가 마땅치 않다.
결국 남편이 파라솔 펴고 차리는 사이에 나는 둑방 넘어 논 길을 걸으러 갔다.

옆에 사레 긴 밭에 할머니가 비를
맞으며 밭을 매고 있다.





'할머니, 비 오는 데 집으로 가셔야죠
왜 비 맞으며 일하세요?'

비 오는 날 참깨 모종 심고 햇빛에서는
더워서 일을 못하니 비가 내려도
할 건 해야 한다며 아들이 교직에서
퇴직했는데 이런 거 하지 말라고
성화지만 농사일이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한다.

'손자는 회계사여' 라고 하며 묻지도
않는데 자랑하고 싶으셨나 보다.


할머니께 쇠비름을 뜯어 가겠노라고
허락을 받고 그거 잡초인데 생명력이
얼마나 좋은지 도무지 없어지지
않아 고민이라며 많이 뜯어 가라고
하신다.

비가 후둑 거리니 나도 등이 젖으며
쇠비름 한 줌 뜯었으니 반찬 한 가지
득템 하고....


<쇠비름과에 속하는 일년생 들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밭 주변과 길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키는 20cm 내외이며, 줄기는 적갈색을 띤다. 노란색의 꽃이 6월부터 가을까지 핀다. 서양에서는 샐러드 재료로 사용되며, 한국에서는 연한 부분을 끓는 물에 데쳐 말렸다가 나물로 무쳐 먹는다. 도파민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해독제와 이뇨제로도 사용된다. >
/다음백과


<쇠비름은 해열, 이뇨, 소종, 산혈 등의 효능이 있다.>


멜론이 먹고 싶다고 마트에서
두 개를 사왔는데 하나 썰어 들판으로
가져가 먹으니 비오는 날
소풍이 서글퍼도 좋다고 하니
다행이다.



비 오는 날 갑갑을 훌훌 털고
오는데 아들에게서 카톡이다.

'오늘이나 내일 잠시 들릴게요'

알았다고 며느리 입덧 중인데
무얼 먹어야 하나 삼계탕을
하려다가 닭죽을 할까~?
아니 닭개장으로 낙점이다.

다음날 점심에 큰 딸은 달달이
망고를 들고 친정밥 한 숟가락 먹
겠다고 빈 손으로 오지 않는다.

아들 따로 며느리 따로 제주도 출장
다녀오더니 옥돔을 가져왔다

옥돔은 냉동 상태라 미리 녹인 박대 굽고 햇감자 갈아서
감자전 굽고 닭개장 끓여 완두콩
밥으로 차린 밥상이다.


큰 딸은 외손녀들 데리고 어제 당일치기 고속버스로 서울 다녀왔다면서 외손녀들 학원 보내고
잠시 왔으니 아이들 점심 주러 또
급히 갔다.

아들도 가겠다고 일어서고
모두 쭈욱 빠져나갔다.
아차차~~~
보내고 나니 또 깜빡한 게 있다.

큰 딸에게 제주 옥돔 두어 마리 준다는 걸 깜빡
하고 말았다. 미리 보이는 곳에
놓지 않으면 까맣게 잊으니 늘
미리 준비한다지만 빈 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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