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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삶/건강

놀라운 서울 지하 도로

낭만할매 안단테 2024. 9. 27. 07:40

 

연세 드신 어르신들의 소식은
살아있되 살아 있지 않은 듯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내가 ' 누구인지
조차 잊고 산다는 치매 때문에
요양원으로 가서 계신다는 소식이
많다. 친구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동시에 치매에 걸려 교직에서 퇴직한
남편이 손수 돌보겠다면서 1년 여
고생했다. 결국 심해지니 어쩔 수
없이 전문 요양병원으로 모시자
어머니가 먼저 몇 개월만에
식사마저 못 드시더니 며칠 후
돌아가셨다.

작금의 100 세 장수시대라는 말이
그다지 반갑게만 와닿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어떤
모습이 내 마지막 삶이 될까
이따금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 무렵 어쩌다가 숙모님
먼저 가시고 딸마저 잃은 84세
작은 아버님께서 약간의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다는 소식에 문병 차 파주에 다녀왔다.

후두암 이후 말씀을 못하시고
필담으로 주고받아야 했다.

치매환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가장
많은 질문이 "내가 누군지 아세요?"
라고 하는데 우린 그 말은 생략하고
조용히 마주 하면서 이내 누군지
묻기를 기다렸다. 筆談으로.

남편이 먼저 얘기하자 알아보시고
직장은 안 가고 어찌 왔느냐고
물으셨고 어떻게 소식을 듣게 되었
느냐고 자주 대화가 오갔다.

한참 후에 나에게 눈을 맞추시며
누구냐고 물으셨다. 큰 딸 이름을
써 보이니 그제야 수긍하셨다.

지정된 면회시간을 마치고 나오며
남편은 매일 편지를 써서 보낼 테니
읽어 보시며 편지도 써 보시라고
했다.



파주에서 길을 나서서 성남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지난번 검사
결과를 보러 가야 했다.

서울을 통과하느냐, 오던 길로
오느냐 나는 모르고 내비게이션이
알려 주는 대로 가면 되니까.

그래도 서울 시내 통과하는 시간이
꽤나 걸릴 텐데 그 길 밖에 없을까
고민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공연한
나만의 촌스러운 걱정에 불과했다.
서부 간선 도로 어쩌고 하더니
얼마나 먼 길을 지하도로로 두 번 달리고 거기서는 안양-성남 간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분당에 금방
와닿았다.

예약된 시간에 넉넉하게 도착되어
한숨을 돌리고 검사 결과를 담당의로
부터 아주 좋다는, 내년에는 6개월이
아닌 1년 후 검사로 예악 하고서야
점심을 먹었다.

파주에서 점심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으나 우리는 일정이 있어서
급히 내려오고 황탯국으로 밥상을
받으니 오후 3시가 되었다.

밥을 먹으면서
"우리가 서울 지나온 거 맞죠?"

"그렇지, 지하도로로 통과했지"

집에서는 멀게만 느껴지던 곳이
차만 달리면 어디는 못 갈까?
늦은 오후 집에 오니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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