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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삶/건강

작은 둥지

낭만할매 안단테 2023. 11. 23. 15:38

어제도 10킬로미터를  걸었다
가는 길에 만난 작은 둥지
하나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오가는 곳인데 그런 소음에는 상관하지 않고 둥지를 만들었다.
지푸라기나 작은 끈을 모아 모아 둥지를 튼 것은 아마 수컷일 게다. 몇 날 며칠 부지런히 둥지를 정성스럽게
만들었으리라.

둥지가 작아도 너무 작다.
얼마나 작은 새일까. 이렇게
작은 둥지에서 몇 마리나 길렀을까?

작은 새는 꼬리를 까닥이며
이쪽저쪽 눈치 보며 신랑감이 부르는 소리에
이끌리어
이내 이 놈이면 내 새끼가 튼튼하게
자라서 이소(移巢)할
때까지 먹이를 물어오고
둥지를 청소하며 개미와 큰
새들의 공격을 막으며
같이 잘 보살필 수컷이렷다.

짧은 짝짓기는 끝나고 둥지에는
작은 알 3~4개쯤 낳았을까.

들락날락 알을 따뜻하게 품으며
한 번 일어설 때마다 골고루 따뜻해지도록 알을 굴렸을 것이다.



20여 일이 지나면 작은 알이
터지고 새끼새는 꼬물거리며
알을 깨고 나와 먹이부터
찾았을 것이다.

다른 알이 깨어 나오기 전에
하나라도 더 받아먹고 빨리
자라고자 입이 찢어지도록
노란 입을 벌리고 어미새의
먹이를 받아먹었으리라.
먹이 하나 먹자마자 똥을 내밀어
어미는 그 똥을 받아먹고 허기를
채웠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새끼새를
위한 어미의 헌신은 시작되고
둥지에 있던 알에서 차례로
새끼새가 나오고 어미와 아비는
더욱 분주히 먹이를 잡아 나르고
알몸으로 태어난 새는 차츰
털이 나오고 날개도 자라고
비로소 날갯짓이 시작되리라.

새끼들이 자라고 둥지가 비좁을 때
어미는 먹이를 물고 와서
새끼들에게 주지 않고 둥지
밖에서 새끼들을 불러낸다.

둥지를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오래 머물 수 없는 둥지를

빨리 떠나보내야 한다.
둥지는 늘 위험하다.

까치가 적이고 까마귀가 새끼들을 해치기 전에 어서
날려 보내야
하는 어미와 아비다.

둥지를 박차고 한 마리 새가
날아서 둥지를 떠나기 시작했다.
어미는 그제야 물고 있던
먹이를 새끼에게 먹인다.

'그래, 참 잘했구나. 이거
받아먹거라.'

알에서 깨어나 15일이면 새끼새는
둥지를 떠났을 것이다.
둥지는 둥지로서 새끼새를
기르는 곳의 역할을 다 하고 나면
그 둥지는 빈 둥지가 된다.

~~~~~~~~~~~~^^

인간도 자식 길러 떠나보내는
것처럼 새들도 그러하다

그래도 인간은 빈 둥지가
아니라 떠나 간 자식들이
한 번씩 찾아오게 둥지를
지키며 산다.

그 작은 둥지를 보며 잠시 생각이 많았다.


집에서 명암저수지를 지나 명암약수터와 

상당산성 옛길 앞에서 멈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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