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수준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온 남편 꼼지락대는 퀼트 좀 쉬고 책 좀 보라고 한다 이러나저러나 눈 나빠서 돋보기를 코에 걸쳐야 하는데 책이나 퀼트나 같지 않느냐고 항변하면서도 두께가 얇은 책,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을 잡아 본다 고전은 우리에게 섣불리 손짓하지도 않고 눈웃음으로 반기지도 않는다고 한다 끈기를 가지고 파고드는 사람에게만 속내를 털어 놓는다고 하니 솔직히 읽히지 않는 책이긴 하다 초등학교 4~5학년 때나 읽던 책이니 어른이 되어 다른 책도 넘치는데 다시 고전을 잡기가 어디 그리 쉬울까만~~~~ 조선 연산군 시대의 홍길동은 소설 속의 인물인 줄 알았는데 실존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살았다 양반가에서는 첩을 두고 자식이 태어나도 아버지라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던 시대..
지난겨울 남편의 병환으로 간호에 힘써는 나를 위해 점심 한 끼로 힘을 북돋아 주려고 공주에서 달려오신 sugee님과 이웃 아파트 카라님 다시 봄날에 만나 금강 수목원 데이트였다 이팝나무가 하얗게 핀 길을 걷고 함박웃음 작약과의 만남이 우리 블친님 얼굴을 닮았다 이상한 모임, 이상한 만남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만나 얘기하고 웃고 함께 밥 먹고 자고~~ㅎ 어린 시절 수학여행처럼 즐거운 날도 있었다 치앙라이에서 은퇴비자로 머물고 계시던 하늘사다리님네로 열흘씩 보름씩 다녀오는 고마운 여행까지 코로나 이전에는 여행추억까지 좋은 블친님들이다 이번에는 가까운 지역 우리 셋이 모였으나 지난해 봄에는 남양주 여디디아님 애련리의 하늘향기 내리 님까지 바비큐 파티와 1박 2일이었다 언제 다시 뭉칠 날을 기다린다 17년째 이어..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특별히 베풀지도 못하고 내 앞만 보고 살기 바쁜데 나눔 혜택에 당첨되고보니 올 가을도 풍성하다 그 날 저녁 다시 또 무 한박스. 이번에는 큰 딸네의 사부인께서 옥화 텃밭에서 농사지은 무를 보내 주셨다 지난 번 보내 주신 고구마도 감사했건만 나는 뭘로 보답할까 이 또한 고민이다. 딸은 그냥 받아 드시면 된다고 하건만 사부인이 땀흘려 농사지은 고구마랑 무가 아니던가. 이럴때 나눔 받아도 약간 고민이다~ㅋ 무 받아서 깍두기 담고 조금은 나도 나눔하긴 했나보다~~ㅋ ............ 앞 동 언니의 전화가 울린다 '아우야, 김장은 했는감?' '아녀요, 우린 다음 주에 절임배추 배송 받기로 했어요' '아~ 그럼 좀 있다가 집 앞에서 봐' 냉큼 안겨주고 가면서 '전라도 김치라 ..
초보 농사 들깨 시인 김명림 씨 느닷없이 남편을 잃고 힘들지만 한 번 해 보겠다고 들깨 농사를 시작했다 밭을 논으로 만들어 벼농사를 지으면 편할 텐데~~~ 굳이 밭으로 개간을 해서 매일 작은 닭장을 돌보며 병아리 키우고 들깨 심으며 시인 농사꾼이 되었다 10여 년 전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인의 이름은 익숙지 않다 시집 2권이 나왔으니 어엿한 충남 서산 여류 문학회원이다 이따금 올리는 글로만 소통하다가 이번에 첫 들깨 농사를 보고 나도 좀 달라고 했다 소출이 얼마나 될지~ 내 몫까지 있을는지~~ 어차피 먹어야 할 들기름이니 올해도 믿고 사는 들깨다 들깨와 함께 시집 두 권이 왔다 시들이 모두 정겹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오다가다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나누는 얘기처럼 풍경이 그려진다 짧고 함축된 언어 속에 ..
나는 왜 애쓰지 않아도 될 일에 온 마음을 썼을까. 정작 마음을 쓰고 애써야 할 곳은 따로 있었는데. 그렇게 애써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적이 얼마나 되었던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애쓸 때면 더더욱 그랬다. 상대를 배려하면 할수록 나를 내어 놓으면 놓을수록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받아들일 뿐이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말로 그들은 나를 이용해 편히 생활하고자 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더 하는 게 당연하다는 게 세상의 태도였다. 나 자신은 또 어땠나. 완벽해지려면 애쓸수록 스스로를 더 궁지로 몰아세웠다. 착해지려 애썼지만 돌아오는 건 상처뿐이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 노력한 만큼 나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었어야 했다. 애쓸 만큼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면 ..
선거에서 낙마한 남편의 후배, 교육감 자리를 내려놓고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를 강조하는 퇴임식에 잠시 참석했다. 그들 부부도 이제는 야인으로 돌아가 범부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 30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간 시간의 뒤안길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도 이젠 회갑을 앞두거나 정년퇴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우리네만 퇴직하는 게 아니라 곧 따라 퇴직하고 은퇴생활로 접어든다. 처녀 총각으로 만났던 그들이 신혼살림을 차리고 아기가 태어나나 했더니 그 아이들이 자라 서른 살이 넘어 이제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산다고 한다. 세월 참 빠르다고 되뇌면서...ㅎ 초대형 카페 기는 하다. 결혼예식장을 겸하는 빌딩 한편에 카페가 있다. 설치 미술이라고 해야 하나 전시품이 대단히 크다. .........
코로나가 정말 끝났구나 싶게 실감 나는 일,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화예술에 자주 접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한 번 보고 싶은 공연이라면 막힌 문이 아쉬웠던 세상이었다. 세종 예술의 전당에서 오페라 공연을 보게 되었다. 주인공 의 비극적(?) 인생 드라마. 여고 시절 음악선생님으로 계시던 수녀님이 차분하게 들려주던 비올레타의 인생이 오버랩된다. 공연이 시작된 후 사진촬영은 금지다. 줄거리 파리 화류계 스타인 비올레타는 불치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사교모임에서 알프레도를 만나게 된 비올레타는 그의 순수한 사랑 고백을 조롱하지만 이내 마음을 열게 되고, 함께 시골로 내려가 사랑을 키우게 된다. 그러나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나타나 헤어질 것을 요구하고,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원망을 뒤로한 채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