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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삶/인문

난데없이 홍길동전

낭만할매 안단테 2023. 8. 16. 10:15


동화책 수준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온 남편

꼼지락대는 퀼트 좀 쉬고
책 좀 보라고 한다

이러나저러나 눈 나빠서
돋보기를 코에 걸쳐야 하는데
책이나 퀼트나 같지 않느냐고
항변하면서도 두께가 얇은 책,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을 잡아 본다

고전은 우리에게 섣불리
손짓하지도 않고
눈웃음으로 반기지도
않는다고 한다

끈기를 가지고 파고드는
사람에게만 속내를 털어
놓는다고 하니 솔직히 읽히지
않는 책이긴 하다

초등학교 4~5학년 때나
읽던 책이니 어른이 되어
다른 책도 넘치는데 다시
고전을 잡기가 어디 그리
쉬울까만~~~~


조선 연산군 시대의 홍길동은
소설 속의 인물인 줄 알았는데
실존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살았다

양반가에서는 첩을 두고
자식이 태어나도 아버지라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던 시대였다

홍길동 역시 그랬다
양첩(良妾)에게서 태어나면
서자(庶子)가 되고 비첩(婢妾)
에게서 태어나면 얼자(孼子)가
되었으니 아무리 잘난 공부라도
과거 시험까지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처첩 간에 시샘이 대단하여
남의 자식을 죽음에
이르게도 했으니 홍길동 역시
음모의 대상이 되어 죽음에
이를 뻔했다

서얼의 차이에 태어난 운명마저
비통함인데 죽을 뻔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니 삶을
선택한 홍길동은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들을 죽여야만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양반가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어 집을 떠나고
활빈당 조직에 들어가 수장까지
되었다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털어
가난한 양민들에게 나누어 주자
온 나라가 시끌벅적 홍길동을 잡지
못 해 야단이다

하다 못해 아버지 홍판서를
인질로 잡아 놓고 형이라 부르지 못하던 홍인형에게 경상 감사로
내려 보내 동생 홍길동을  
잡으라고 했다

홍길동은 짐짓 형에게 잡혀
서울로 압송되었으나
조정에 다다르자 하늘로 치솟아
사라지니 신출귀몰이 아니겠는가

임꺽정, 장길산과 함께
조선 3대 의적 홍길동.

나중에 병조판서 자리 나
하나 달라고 하더니 그마저
곧 내놓고 율도국의 왕이
되었다


30여 년 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루고 살았으니 서얼의 폐단에
맞서 자신의 뜻을 펼치며
살았던 홍길동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며 살았던
의인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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