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맞으러 천리 먼 길 신안으로 달려가니 차가운 바닷바람만 온몸을 떨게 하고 숙소도 안정되지 못한 시골 마을에서 짐 한 번 풀어보지 못했더라. 이미 일이 꼬이려고 그랬나 출발 직전 내려간 짐 중에 세 개를 아파트 현관 앞에 두고 출발했더라. 먹거리와 사우나 가방과 친구에게 주려고 장만했던 미국산 양주였더라. 허참~~ 친구 만나면 주려고 자동차 뒷트렁크를 열어보니 있어야 물건들 몇 개가 보이지 않더라. '여보, 짐 다 실었다고 했잖아요?' '당연히 다 실었지..' 아파트 관리실로 전화하니 '습득물은 없고 그 자리에 무슨 짐이 하루종일 놓였더라고. 그거 좀 보관해 두시고 그 양주도 드시고 음식 보냉 가방에 반찬과 김치와....... 다 드세요.' '대신 사우나 가방과 보냉가방에 그릇만 잘 챙겨 주세요. 한 ..
20년 전 느즈막에 운전을 배웠다 내 비록 장롱표 면허증이 되더라도 자격증이라는 것이니 한 번 도전이나 해보련다고 배운 운전이다 오토형으로 자격시험 신청하기를 참 잘한 탁월한 선택이라는 운전면허 학원 강사들의 이구동성이었다 내 나이쯤의 어는 아주머니 몇 개월째 스틱형 운전면허 합격하지 못하고 저러고 있다는 애틋한 마음을 얘기해 주었다 접촉사고 한 번 없이 잘 타다가 10여 년 전 진천으로 출근하던 때 자동차가 대파되었다 완경을 맞고 보니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불면증 때문에 아침 조회를 마치고 잠시 나갔다가 사고를 냈다 그 순간 분명 그 갤로퍼 승용차는 보이지 않았는데 비보호 좌회전을 잘못한 내 탓이었다 다행하게도 무릎에 타박상만 좀 입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입원 좀 하고 싶은 맘이었으나 그럴 필요 없다는 ..
어느 해보다 긴 겨울을 보냈다 마치 큰 강을 건너온 듯하다 강기슭에 다다르고 보니 봄이 도착한 것이다 아직 남도에 머물러있는 봄인 줄 알았는데 동네 체육공원에 나가보니 매화 피고 산수유가 회양목이 피어 벌들을 부르고 있다 아~~ 하 봄이 왔구나 며칠 사이에 멋모르고 입고 나간 두꺼운 옷이 부담스럽다 한 마디로 덥다 날씨가 왜 이러지? 아직 더울 때가 아닌데...... 기온도 올랐지만 내 옷도 두꺼웠다 꽃망울이 훌쩍 자라고 꽃이 벌어지며 피어났다 ~~~~~~~~~~~~~♡♡♡ 프로축구단이 창단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멀리 가지 않아도 볼 수 있으니 한번 가보자고 한다 굳이~~~ 나까지 안 가도 되는구먼 '야구보다 축구 좋아하잖아~' 아니라는데.... 난 그 시간에 쑥 뜯고 싶다는데 같이 갔으면 싶은가 보다 아..
근 3개월여 활동을 접었던 남편이 입춘이 지나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매일 나가자고 했다. 운전도 너무 오래 안 해서 기능이 어찌 될까 조바심처럼 얘기했다. 금방 제자리로 돌아와 베스트 드라이버의 명성을 찾을 테니 걱정 말고 잘 회복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누누이 설득하기를 몇 번이었다. 하필 오른쪽 귀 수술 후 청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난 뇌경색이었으니...... 거실에서 실내자전거를 타며 바라보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매일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먼 눈길. 주말에는 조기 축구회원들이 눈이 와도 어김없이 뛰어다닌다. 그들을 바라보며 재활의 꿈을 키우는 마음. 바깥 생활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그 시간이 얼마였던가. ~~~~~~~~~~~~~~~~~♡♡♡ 이제 정상의 삶을 홀로 펼쳐 간다 엊..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만 같은 날이다 다 된 점심때가 되어 '라면이나 끓여 먹으러 갈꺼나? 금방 눈 올 같네?' 나는 한 술 더 떠서 '눈 오면 눈 맞으며 라면 먹으면 되지요~~~!' 그래 볼까 하며 늘 가던 그 자리로 갔다. 들판은 이제 황량하고 못 다 수확한 호박만 넝쿨째 얼어서 뒹굴고 있다 배고픈 점심때다 가져간 호박죽으로 라면 먹기 전에 한 숟가락씩 먹고 라면 먹고 커피 마시고...ㅎ 바나나 절반씩,배 두 조각씩, 귤 하나 ~~~ㅎ 이만하면 충분한 점심이다 ~~~~~~~~~~~~~~~~~~~^^ 강 건너편 모래사장에 있는 저 새처럼 생긴 건 조형물일까, 새일까? 알아맞추어 보기로 했다 나는 '조형물이다.' 남편은 '살아 있는 새다.' 남편의 승리다~~~ㅎ '우리 여기 멀리서 바라만 볼 게 아니..
미호천을 바라보며 멍~~~ 좀 때리고 멍한 마음으로 라면 끓이던 남편은 물이 끓지 않는다고 한다 캠핑용 부탄가스 양이 남아있지 않은 걸 확인하지 않고 리필용도 챙기지 않았다 어찌하랴~~~ 가스가 있어야 라면도 먹고 커피도 끓이고 ..................^^ 식당에서 먹고 싶은 메뉴 먹으면 그만이지만 뜨거운 물 끓이는 낭만을 굳이 고집한다 커피도 텀블러에 담아 가면 그만인데 꼭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한다 하긴 내가 하는 것도 아니니 하고 싶은 사람이 하게 둬야지 멀리까지 다녀오는데 왕복 30 분이 흘러서야 다시 물을 끓이는 남편. 푹~~ 끓인 좀 불어 터진 라면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특별하게 먹는 라면이다 ~~~ㅋㅋㅋ 건너편 어디선가 자꾸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정확하지가 않다 무슨 홍보성..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다리에 힘은 좀 빠졌다 머리도 텅 빈 듯하다 뱃속도 헛헛하다 걸으면서 밑바닥으로 내려간 에너지를 불러 올려야 하나. 저마다의 가을은 이어지고 쑥은 쑥대로 더 푸르고 싶고 민들레는 홀씨 홀홀 날려 보내야 할 의무가 있고 단풍은 이제 그만 올라오는 물공급에 광합성 작용도 멈추고 엽록소를 잃었으니 붉어만 간다. 자연이 그러하듯 습관도 참 무섭다 습관처럼 걷던 일도 테니스도 자전거도 내 몸에..
그날 며느리와 아들이 함께 한 테니스 시간에 갑자기 셋째 딸이 오겠다는 연락이다. 큰 딸은 고구마를 캤으니 가져오겠다고 하고.. 딸이 셋, 아들이 하나 모두 결혼하고 보니 줄줄이 태어나는 외손녀와 외손자들로 인해 할매된지 어느새 15년이다. 큰 외손녀 보경이가 올해로 여고생이 되어 목하 기숙사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 중이다. 주말에 집으로 온다고 한다. 두 번째로 태어난 의서는 중학교 2학년 며칠 후 있을 중간고사를 앞두고 두문불출 공부 중 한다고 한다. 모두 공부하는 만큼, 열심히 하는 만큼 성적도 좋으면 좋으련만 공부한다고 큰 소리만 치고,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엄마는 관심이 있느냐는 둥~~ㅋ 요즘 아이들 참 가관이기도 하다. 어찌어찌 어느새 다섯 아이의 할머니가 되었다. 지금 돌쟁이 은하 어미는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