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식당에는 늘 꽃이 만발한다. 겨울에는 창가에 꽃들이 봄보다 더 많다. ............ 이른 아침 김수녕 양궁장에서 땀 뻘뻘 흘리며 걷고 나오면서 할머니가 파는 한 단 샀다. 아홉 시도 안 된 식당에서 아침밥을 달라고 하면 눈치 보일 듯해서 산성마을 앞 호수를 몇 바퀴 돌고 나무 아래 앉아서 시간 좀 보내다가 그 집으로 갔다. "아침 먹을 수 있나요?" '아직 청소도 안 했는데~~~' 이러는 그 집, 아, 그럼 좀 더 있다가 오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첫 개시는 해 주시고 가라고 하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청소는 미루고 밥부터 먼저 차려 준다. 그날은 돌솥비빔밥으로 먹었다. 밥 먹고 나오는 길에 화분 하나 얻어 왔다....ㅎ
작년에 딸과 외손녀가 다녀온 사진을 보고 올해는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차에 마침 남편은 동창회로 잠시 자리를 비우고 딸과 외손녀와 3 모녀가 다녀온 공주시 유구읍 제1회 수국 축제다. 하얀 수국은 많이 피었다. 꽃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들어가는 입구 몇 키로쯤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읍내에 다다르니 주차장들도 모두 만차다. 결국 강변 둔치에 차를 세웠다. 점심 먹으러 공주시내로. 45년 전 가봤던 그 식당이 아직 있을까? 20대 초반 남편과 연애시절 가 본 식당이다. 검색해보니 으로 나온다. 아무래도 맞을 듯하여 그 집으로 갔다. 주인에게 물으니 그 무렵에 시집 온 며느리가 주인이 되었다고. 그때 그 불고기를 딸과 외손녀와 함께 맛나게 먹었다.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는 날 아침, 서울 창신숭인 봉제 단지로 견학 가는 날이다. 2 주간 이사하는 과정에 에서 서울 동대문 창신숭인 봉제단지로 견학가게 되었다. 우리 주민센터의 봉제교실은 청주시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과 솜씨로 가장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우리 동의 봉제교실은 조합을 만들어 생산과 봉사 등을 이어 브랜화 하고 도시재생 센터에 이바지하고 앞장서는 마을이 되고자 앞장선다고 한다. 제조업이 거의 소멸하다시피 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70년대처럼 좁은 골목은 봉제공장으로서 명맥을 잘 유지하고 이어져 오고 있었다. 창신동은 팝아티스트 백남준이 태어나고 자란 곳. 백남준의 부친 백낙숭은 대한제국 고종이 캐딜락 승용차 한 대 뿐이었는데 그는 캐딜락 두 대를 소유했으며 비행기, 제철, 조선..
세조길은 세심정에서 5백 미터쯤 복천암에서 끝난다. 이름하여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 걸었던 그 길, 복천암이 있다. 세종의 명으로 석보상절 편찬 중이던 신미대사를 만나고 간 곳이다. 훈민정음 창제의 좋은 자료가 되었다고 한다. 그 암자에서 왼쪽 산기슭을 올라가면 부도가 있다. 문장대, 법주사 여러번 다녀갔다고 하지만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훈민정음과 신미대사의 사연이 있어 그 역사를 알고 보니 숙연한 마음이 드는 블친 카라님과 세조길 걷기였다. 잠시 법주사에서 국가보물 5호 쌍사자 석등을 한 번 더 보고. 그날 아침 운동과 세조길로 이어진 걷기는 15킬로미터였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 걷고 또 운동하고 봄철 발바닥 아프다는 이유로 몸이 무거워졌다. 건강검진에서 좋지 않은 수치도 나오고 평소보다 조금 더 부지런해지기로 했다. 주민센터 재건축으로 인해 마침 봉제교실이 쉬는 날이다. 이웃 블친 카라님이 '세조길 가실래요?' 카톡이 울리고 별일 없으면 혼자라도 상단산성이나 다녀올까 했는데 마침 잘 된 세조길 가기. 몇 해 전 이 오픈했다는 뉴스를 보고 아들과 딸, 남편과 동생, 남편과 친구들 등 여럿이 가보긴 했으니 블친 카라님과 한 번 가자던 이 약속으로 이어지 못했는데 이제야 가보게 되었다. 처음 오리숲을 걸을 때 좀 썰렁한 바람이었으나 한참 걷다 보니 땀이 뚝뚝, 운동 좀 되는 코스 세조길이다. 은 그 옛날 조선시대,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 복천암에서 석보상절 편찬 작..
무조건 좋다. 무조건 예쁘다. 무조건 가깝다. 무조건 또 가고 싶다. ..................... 증평인삼배 전국 장사씨름 대회가 있다는 소식과 보강천 공원에 꽃들이, 미루나무가, 잔디밭이 예쁘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보자고 미루던 곳인데 마침 씨름 대회가 있어서 가보게 되었다. 가는 김에 식당에서 갈치조림..ㅎ 갈치조림 양은 냄비가 끝내주는 예술품이다...ㅎ 사람이 많아서 번호표 받아 기다렸다가 먹었다. ......................... 그리고 보강천 공원 잔디밭에 앉아 구름도 보고 사람도 보고 아기도 보고 사람도 보고 구경도 많이 했다. 해질 무렵이 되어 돌아왔다.
40여 년 전 그 시절 백마강 유람선은 아주 작은 보트였다. 세월이 흐른 만큼 배 규모도 커졌다. 고란사까지만 둘러보고 그 시절에 남편이 '유람선 타보자' 하는데 무슨 마음인지 거절했다. 목선으로 만들어진 유람선이 제법 멋지게 보인다. 두 대가 오가며 주차장 쪽과 고란사 쪽에 선착장이 있어서 편도로 이용한다. 요금은 어른 6000원이었고 65세 이상 할인은 없다는 것에 남편은 조금 실망하는 듯...ㅋ 유람선을 타고 낙화암을 바라보자 제법 높아 보인다. 70여 미터 아래로 몸을 던진 사비성에서 도망쳐 나와 부소산성에 올랐다 낙화암으로 내려가 백마강으로 몸을 날렸을 것이다. 전쟁은 어쨌거나 위정자들의 뜻에 따라 백성들이 죽거나 말거나 그렇게 백제는 멸망했다. 백마강 물에 보이는 물고기, 눈불개라고 하는 잉어..
길을 나서면 곧 닿는 부여건만 40여 년이 흐르도록 부소산성 낙화암을 남편과 연애시절 이후 가보지 못했다. 참 깜깜한 세월을 살았구나 싶다. 부소산성 관북리 입구를 들어가는 입구의 넓은 광장은 백제 사비성 옛터라고 한다. 예전에도 있었나? 아닌데 전혀 기억에 없는데...ㅎ 그렇다, 1982년 유적을 발굴하기 시작했으니 모를 수밖에. 셋째 딸은 딸아이 하나 낳고 육아휴직 중인데 저질체력이 되었다고 힘들어한다. 야트막한 비탈진 길도 '저기를 어떻게 걸어가?'라고 한다. 아니 30대 초반에 왜 그리 노인 같은 소리를...ㅎㅎㅎ 모두 한바탕 웃고...ㅎ 막상 걸어올라가 보니 숲이 우거지고 새들이 지저귀고 마냥 좋은 공기에 덥지도 않고..... 좋네, 좋다를 연발하면서... 곧이어 내려가는 길이다. 40여 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