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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삶/음식

설날이 왔다

낭만할매 안단테 2026. 2. 16. 06:26


해마다 오는 설날이고
오면 가고 가면 또 오는 출가한
자식들이 모여 한 해를 축원하고
덕담을 주고받게 된다.

이번에는 무슨 음식을 해야 할까?
늘 하는 음식인데도 잠깐씩
고민도 해 본다.

2012년 이래로 장남인 남편은
두 번의 명절 차례와 기제사 넷을
모두 안 하는 걸로 접었다.



시장에 나가보니 명절이 실감 난다.
육거리 전골목에는 사람이 빼곡하고
전이며 떡과 한과 등 제수 장만에
손을 덜어주는 음식이 즐비했다.

시어머님 살아 계실 적에는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은 사서
올리는 게 아니라고 손수 장만
해서 올려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생각났다.

젊은 나는 왜 그래야 하느냐고
물으니 누가 먼저 먹은 음식을
조상님께 바칠 수 없다는
말씀이었다.

듣고 보니 그렇기도
했지만 요즘 세상은 직장
생활에 바쁜 맞벌이 세대
며느리를 위해 많은 것이 변했다.

많은 것이 손을 들어주는 전자
제품이며 청소까지 도와주는
세상이 되었으니 일하기도
좋은 세상이 되었다.





이번 설날 자녀들이 모이는
음식은 고기류로 하기로 했다.

묵은 김치 한 통이 남았으나
초겨울부터 손이 아파서 만두
빚는 일은 안 하기로 했다.

시장에서 LA 갈비 좀 사놓고
텔레비전에 나오던 소문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탤런트 김석훈이 나오는
프로그램인데 청주의 음식이라면
<새뱅이 찌개>라고 한다.
정말일까???
그런 프로가 있으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남편이다.

먼 곳도 아니고 시장 보러 온
김에 먹어 보자고 들어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이 생각난다는 남편.
맵고 짜고 건더기도 없는 새뱅이.

새뱅이는 민물새우로 아주 작은
새우를 말하는데 이거야 원
이게 청주 대표 음식으로
정한 그 프로 담당자 입맛 수준이
의심스럽다며 깨작깨작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나오고 말았다.

나는 겉절이가 맛나서 밥 반
공기는 먹었다.

집에 와서 LA갈비 핏물 빼고
재웠다가 이른 저녁을 먹는데
큰 딸네는 태안으로 사부인 모시고
떠났고, 보름 전에 다녀 간
둘째네는 독감에 걸려 이번에는 쉬어야겠다 하고
셋째네도 변산 어디 야영장에서
고기 굽노라며 톡이 온다.


남편은 배고팠다며 LA갈비 한
뚝배기를 금방 다 먹었다.

아들네는 처가에 먼저 다녀서
설날에 모두 모이는 걸로.

나는 대청소하고 빨래하고
손님맞이 준비하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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