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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삶/인문

10년 만에

낭만할매 안단테 2026. 1. 25. 07:16

코로나 시기가 끝나니 친구들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오래전에 단돈 500만 원을 들고
호주로 이민 간 초등친구.

갖은 일과 고생을 하며
몇 백 억대의 부자가 되었노라는
자화자찬이지만 그 친구는
아마도 그리 살았을 것이다.

초등학교만 졸업했지만
리비아 건설 현장에서 번 돈을
들고 친구 셋이서 호주로
건너갔다고 한다.




두 친구는 중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이 친구는
40년 넘게 호주 시드니에서
살고 있다.

어느 해 초등 동창회에서 만나
호주로 여행 오는 사람
연락하면 밥 한 끼 사겠노라고
장담을 했었다.

10년 전 내가 패키지여행 갔다가
안부 전화로 연락 한 번 했더니
당장 여행사 가이드에게
전화해서 우리 부부를 데리러
오겠다는 것이다.




여행사는 패키지여행에서 생긴
모든 사고나 일들에 대한 책임이
따르니 순순히 다녀오게
하지 않았다.

각서에 서명 날인 하고
그날 일정을 마친 후 친구네
집으로 잠시 다녀왔었다.

그 간에 여러 번 한국에 왔으나
시드니 한인 회장을 맡고 있었으니
공적인 일들이 많아서 만날 수
없었다.




10년 만에 만나게 된 그 친구는
얼마 전 아내가 췌장암으로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
너무 막막한 심정이라는
카톡이 오고 얼마 안 있어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대궐 같은 집에 들고 나며
아내 없는 집이 덩그러니
너무 크고 넓은 데다 아내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으니
아직도 어느 것 하나 치우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3년 전 췌장암 수술 후
항암치료와 약물치료로 호전되어
골프도 같이 치면서 즐겁게
지냈으나 지난가을 초입부터
급격히 나빠지며 결국 돌아오지
못하는 길로 아내를 보냈다.

마침 초등 친구 셋이 만나 밥
한 끼 먹으며 그 간의 얘기를 주고
받게 되었다.

두 친구 모두 사업 수완이 좋은
친구들이다. 한 친구는 이제 모든
사업을 접고 노후 생활
준비 태세인데 반해 또 한 친구는
이 나이에도 너무 많은 일을
벌려 놓아서 쉬지 못하고 매월
처리해야 할 부채 문제로
고민이 많은 삶이다.




두 친구에 비해 나는 큰돈을 만져
보지 못하고 살았으나 연금에
의존해 사는 노후이니 두 친구에
비해 큰 걱정은 없는 편이다.

친구는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대전과 김천을 거쳐 울산으로
간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떠났다.

떠나던 날 아침 호텔 조식
맛있는 게 많다고 날 보고
아침 먹으러 나오란다.

난 내 남편 챙긴다며 못 나간다고
했더니 있을 때 서로 잘하라고
한 마디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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