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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청남대 가볼까,
미동산 가볼까, 아직 아산 곡교천은 아닐 테고
하면서 어디론가 같이 드라이브
나갈 궁리를 하는 남편.
지난번 상당산성 때 몸이 무거워
곤욕을 치르더니 며칠 전
우암산 둘레길 4킬로를 홀로
걷고 왔다. 아침마다 하는 조깅은
걷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나 보다.
아무튼 그날 힘들어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날은 흐릿하지만 미동산 수목원
으로 나가 볼까 하며 창밖을 보니
이미 비가 내리고 있다.
'비 오는데 다음에 가지 뭐'
당연히 나오는 남편의 말이다
'여보, 짧은 가을에 오늘 안 가면
올 가을엔 못 가봅니다'
하여 그럼 가보자는 동의 아래
우산 두 개 챙겨 귤 챙겨 물 챙겨
이온 음료 챙겨 디카페인 커피
한 잔 챙긴 텀블러 챙기고 혹시
모를 추위 대비 얇은 패딩 하나
챙기고 보니 백팩이 빵빵하다.
내 십자가는 내가 짊어지고 가듯이
내 등에 짐을 지고 출발이다.
우산이 있으니 스틱은
생략하고 미동산 둘레길 8.6킬로
도전 탐험대다.
가을이 이렇게 깊이 왔다니 놀랍다
얼마 전 다녀온 설악산 오색약수만
해도 아직 멀었다 싶었던 단풍이
이제는 낙엽 되어 쌓이고 있었다
비도 내리고 바람도 휘릭거리고
그 길을 호젓하게 둘이서 걸었다.
예전 같으면 지나치는 사람들
마주 오는 사람도 많았건만
둘레길 걷는 동안 딱 한 사람만
만났으니 비 오면 안 오는 둘레길
인 듯하다.
둘이서 바삭거리는 낙엽길을 걷고
축축한 벤치에 우산을 깔고 앉으며
잠시 쉬기도 하면서 걸었다.
그 시간에 사위는 진급식이 끝났다고
톡이 오고 계룡대 진급식에 가보려
했으나 참석 인원 조절로 부부제한
이라니 축전으로만 띄우고
말았다.
남편은 흥얼거리며 판소리 춘향가에
'사랑가'를 부르며 앞서갔다.
뒤 따라 <사철가>를 부르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한꺼번에 노래로
지나갔다.
다행이다. 이쯤에서 협착증으로
못 걷겠다고 하면 낭패감이 드는데
빨리 걸으면 안 아프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사진 좀 찍고 해찰도 좀 하고
뒤 따르며 걷는 내 발걸음
순간의 선택이 잘못된 신발로
인해 오른쪽 발가락 두 개에
물집이 빵 그렇게 잡히기 시작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이쯤에서 내려가는 걸로 하니
예전 같으면 완주하겠다던
남편도 순순히 동의다~~~ㅎ
완주하려던 목표는 중간 지점에서
내려오는 결정 했으나 그래도
2킬로쯤 더 걸어야 하니 발가락이
쓰라리니 먼 길이다.
여러 번 완주한 길인데 발가락이
탈이 난 건 처음이다
집에 와서 양말을 벗어보니
두 발가락이 물풍선이 되었네.
이궁 내일 구두 신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