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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 수놓기로 예쁜 작품 만드는
봉제 교실 언니.
준비한 작품 전시회가 있다고
단톡방에 알림톡이 뜬다.

아직 며칠 남았구나 했더니 약속한 날이 바로
오늘인데 잊고 있었다.
봉제 교실 셋이 뭉치어
한국 교원 대학교 교육 박물관으로 갔다.


자작나무 수놓은 사계절 앞에서 어쩜
이런 수를 어이 놓았을꼬나. 만져보고
사진 찍는데 '눈으로만 보세요'라고
하니 순간 미안한 마음이다.

혹시나 사진 찍어서 모작이 나올까 봐
그런다고 이해하기로 하고 눈으로만
보고 있었다. 한참 지나자 다른 스텝 한 분이
다가오더니 사진 찍어도
된다고 허락받아서 찍은 사진이다.

여러 작품들 모두 수놓아 만든
작품이 어찌나 곱고
예쁜지 침구를 보니 저 순백의 이불을
어찌 덮고 잘꺼나.

덮고 자지 못하고 평생의 작품으로
모셔놓고 눈요기 삼아야겠다고
하면서 요모조모 구경했다.




다음은 교육 박물관 1층 맛보기다.
도산 서원을 학당으로 시작해
국민학교와 학교 앞 풍경과
달고나를 만들던 아저씨 모형과
복도 청소하던 추억까지 떠오르는
장면들을 재연해 놓았다.


반공 방첩은 기본이요
골목에 있던 만화방과 점방에
있던 딱지놀이며 그 옛날 책가방이
놓여 있다. 전혀 낯설지 않은
추억 속 장면이다.

교실에는 작디작은 책상이 줄줄이
놓여 있는데 이렇게 책상이 작았던가
싶어 의자에 앉아 보려니 너무
의자가 작아서 도저히 못 앉겠다.

저 책상을 우리가 사용하며 자랐구나
싶은 장면이다. 풍금이 놓인
교실에서 즐겁게 노래 배우던
'맹호부대 용사들아' 생각에 잠긴다.
그 시절에 월남 파병으로 그 노래를
어찌나 열심히 배우고 목이 터져라
불렀는지 모른다.



조개탄을 넣어 피우던 난롯불에
먼 곳에서 오던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난로 위에 올려 데워 주시던 선생님.

급식 시간에 옥수수 빵 하나씩
먹던 시절이다. 그 빵 안 먹고 아끼어
집으로 가져가 동생들에게 주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고학년이 될수록
친구들은 서울로 대구로 부산으로
전학 가고 시골 학교의 교실은 그래도
빼곡하게 많았던 아이들이다.

학교에서 단체로 송충이 잡으러
가서 토끼도 잡고 솔방울 따러
갔다가 노루도 보곤 했다.

파리 잡아오기, 쥐꼬리 가져오기 등
별별 숙제가 다 많았다.


지금은 내가 다니던 시골
초등학교는 오래전에 폐교되고
말았다. 난로 위에 결명자 차 끓여
마시던 따스하던 날이었다.


교육 박물관에서 이런 장면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추억으로 가는
여행처럼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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