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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조개젓갈이 당긴다는
남편의 요청에 함께 육거리 시장엘
갔다가 둥근 박 하나를 발견했다.
5천 원이라는 할머니 말에 두 말
않고 사 왔다. 사실 채 썰어 파는
게 있으면 딱 좋았겠지만 없다.
하얀 박을 사 오면 껍질 벗기랴
미끄러운 하얀 박 속을 긁어내랴
채 썰어 보자면 얼마나 미끄덩한 지
조심해서 잘 썰어야 한다.
채 썰어서 박의 절반은 볶아 먹었다.
써는 게 겁나서 이번에는
납작 불규칙하게 썰어 볶았다.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것도
채 썰어서 볶은 것은 먹기도
힘들다.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길이 멀다.
납작 썰어 볶으니 이게 낫다고
하며 연신 젓가락이 오간다.
박나물은 어린 시절에 바가지
만드는 과정에서 먹어 본 맛이다.
둥근 박을 가르고 씨앗통을
꺼내고 박을 삶는다. 껍질을
벗기기 전에 박속을 긁어내면
하얀 박의 속살이 두껍게 나온다.
그 속살을 소한테 주지 않고
고추장에 버무려 사람이 먹는다.
무슨 맛이냐고 묻는다면
박의 맛은 하얀 맛이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그저
하얀 맛일 뿐이다.
대신 볶은 박나물이 냉장고에서
나오면 시원한 맛이다.
올해는 못 먹거나 안 먹고
지나갈 줄 알았던 이쯤에서
박나물 맛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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