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네
추석이 지나니 하루하루 기온이 떨어진다. 들판에 곡식들도 곧 다가올 겨울에 대비하여 부지런히 알곡을 익힐 것이니 늙은 호박은 더욱 붉어지고 있을 테다. 여름 내내 사다 먹은 맵지 않은 고추도 이제 끝물이란다. 삭히는 고추와 고구마와 노랗게 익은 깻잎이 나왔다. 하마터면 만나지 못할 뻔했는데 오늘 아침 안성맞춤으로 잘 만났다 푸른 깻잎이야 영양가 좋고 더 싱싱 하지만 노란 깻잎은 어릴 때 먹었던 맛에 해마다 찾게 된다 남편과 둘이 차곡차곡 나란히 모아서 실로 묶고 며칠간 삭힐 참이다 투명하게 삭은 깻잎으로 담은 깻잎짠지는 딸네 아들네 모두 좋아한다. 어느 해 골굼짠지를 담아주니 이건 엄마 맛이 아니라고 한다. 왜 그럴까? 똑 같이 담았다 싶었는데 무엇인가 내가 담던 방식대로 아니었던가 보다. 나이 들면 입..
느린 삶/음식
2023. 10. 9.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