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가 다녀가고
친구 만나러 온 셋째 딸이 저녁
시간 외출을 위해 네 살배기
외손녀를 맡겨 두고 갔다.
외손녀는 외할미와 노는 시간이
재미있다고 밤 10시가 넘어도
잘 생각을 않는다.
남편과 함께 보던 드라마
<정년이>가 끝나고 불도 모두
끄고 방으로 들어가니 어미는
찾지도 않고 할미 옆에 착 달라붙어
금방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다음날, 집안에만 있으니 갑갑하여 공원에 갔다.
날이 많이 차갑다.
새로 단장한 공원에
운동 기구도 다양하게 들어오고
유아용 운동기구까지 설치되었다.
유아용 세 개의 운동기구에서
여섯 가지 운동을 할 수 있다.
외손녀는 몽땅 다 올라가 해 보더니
무섭다고 얼른 내려온다.
얼마나 뛰는지 따라가기 바빴다.
떨어진 플라타너스 낙엽을
하나 집어 들며
"이 건 할아버지 드려야 해요"
꽃도 아닌데 왜 드리려고 하느냐고
물으니 예뻐서 드려야 한다네.
할아버지가 예뻐서?
낙엽이 예뻐서?
둘 다 예쁘다네
그래서 한번 웃었다.
외숙모는 왜 안 오느냐고 묻는다.
다음 주에는 아들네가 출산이다
너도 동생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엄마 보고 동생 하나 낳아 달라고
하니 아니란다.
'할머니가 하나 낳아 주세요'
라는 소리에 빵 터지게 또 웃었다.
너네 엄마가 낳아야지 왜 할머니가
낳냐는 말에 이유를 뭐라고 했는데
좀 얼버무렸는지 생각이 안 난다
놀잇감을 몽땅 쏟아놓고
같이 하자네. 이쯤에서는
'아이고, 할머니 허리 아프다'는
말이 슬슬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공원 바람이 차가워 얼른 집에
오려고 아이를 업고 내려와서
그런가 보다.
즈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할머니 집도 가져가요"
라고 하면서 같이 가자고 한다.
네가 오던지 내가 가던지.
이러면서 아이들은 자라난다.
아이들의 표현에 웃고 또 웃고
고달픈 하루지만 웃은 양이
더 많다.
외손녀가 떠나고 나니 금방
집안이 절간처럼 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