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취미

<당근> 인연

낭만할매 안단테 2024. 10. 5. 05:23

무더웠던 여름날은 베란다 화초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튼실하게 잘 자라던 염좌의 밑둥이
녹아 내려 힘없이 쓰러지고
화려하게 꽃피었던 호접란마저
모두 내 곁을 떠났다.
어지간하면 잘 살아나던 화초건만
정성을 다해도 이렇게 힘없이 쓰러지고
가버리는 화초들이다.





지저분한 화분이나 화초는 버리고
이 참에 쓰지 않는 콩화분을 <당근>
에 내놓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오후쯤에 가지러 오겠다는
연락이더니 약속 시간이 지나가도
감감 무소식이다.

약속을 잊었나 싶어 다시 문자를
보냈더니 초상이 나서 장례를
치른 후 가지러 오겠다는 연락이다.

그러면 그때까지 예약중으로 하겠
다고 하니 바로 입금이 되었다.
입금된 이름이 아는 이름인지라
설마 동명이인이려니 했다.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번 제가 아는 언니
누구 아니신가 물었더니
세상에나 우리집 아래층
지영언니다.

지영언니는 시어머니나 친정 어머니도
아닌 94세 큰 언니를
3~4년간 모시면서 아플 때마다
입원하고 퇴원하시길 거듭하셨다.

그 큰 언니는 재산도 있고
인텔리에다 멋쟁이셨다.
허나 연로 하시니 그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인가.

서울에 있는 자식들도 지영 언니와
나이차가 별로 없으나 큰 언니는
한사코 지영언니가 돌봐 주시는 게
편하다고 자꾸 부르셨다.
지영 언니는 늘그막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큰 언니를 극진히 모셨는데
그 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큰 언니를 모셔 오기 전에는 옆집 아랫집
셋이 모여 즐거운 티타임
수다시간이 이어지곤 했다.

~~~~~~~~~^^




세상에나~~~<당근>을 통해 이웃을
이렇게 만나다니 참 아이러니하고
세상이 넓고도 좁다.
장례 잘 치루시라고 통화 했다.
<당근> 에서 입금한 금액을 합쳐
조의금으로 다시 입금해 드렸다.
그 언니가 필요한 물건인 줄
알았으면 <당근>을 거치지 않고
어차피 드렸을 것이다.
내가 그 언니 덕을 더 많이 보고
사는데도 늘 더 챙겨 주려 하신다.

어쩌면 <당근>이 아니었으면 오늘도
언니는 또 병원이랑 집을 오갔을
것이려니 큰언니가 돌아가신 줄
전혀 몰랐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 뿐이다.

<당근 >으로 인해 소식을 접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아무리
아래위층 살아도 3일 전에 도
그만그만 하시다는 얘기를 주고 받았으니
자칫 돌아가신 소식은 소상히
알지 못 할 뻔 했다.




엊그제 문고리에 걸어 놓은
끝물 고추를 볶아 먹지도
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