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日常

꽃길은 지금부터

낭만할매 안단테 2024. 10. 3. 10:32



무더운 여름을 무사히 보내고 남편이 7학년이 되었다. 나는 젊은 시절에는 나이 45세가 넘으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까 싶은 때도
있었다. 살아보니 쉰세대도 괜찮았고
6학년 인생 또한 재미있긴 마찬가지다.
아이들 네 명 키우며
산다는 건 슈퍼 우먼으로 살아야
했다. 내 옆에 사는 남편이 7학년이
되니 나도 곧 칠학년이 되겠지.

직장 나가랴, 아이들 키우랴, 집 안
살림하랴 뛰고 또 뛰며 살다 보니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직장을 잡고
결혼도 하며 여기까지 왔다.

손주들이 태어나고 우리 부부도
나이 먹고 이젠 남편이 7학년이
되었다.


큰 딸과 사위는 총기획자로 하여 둘째 딸은 아빠에게 드리는 편지를 쓰고 셋째 딸과 사위는 아빠 인생을 드라마처럼 만든 동영상과 이문세의 세월 노래가 울려 퍼지고 아들은 누나가 쓴 편지를 아버지에게 읽고 바쳤다. 또한 며느리는 부른 배를 감싸 안고 풍선에 매단 거금의 축하금으로 포장하고 연출했다.

이 모든 것은 십자수를 전시한
예쁜 분위기 넘치는 갤러리 카페에서
조촐한 뷔페로 맛나게 나누어
먹으며 나름의 잔치 분위기였다.



한 때는 인생은  60부터라고 하더니
이젠 '꽃길은 70부터'라는 촛불이
밝혀졌다.

세 딸과 사위 아들과 며느리가
머리를 맞대고 모의를 하더니
우리 가족들이 모두 모여 남편의 칠순을 축하했다.


맹숭맹숭하던 분위기는 노래방
기계가 등장하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축하 분위기는
초등학교 mbc지방 방송국
동요 대회에서 입상한 둘째 딸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사위들은 '흐린 기억속의 그대'라는
90년 대 음악으로 한 판의 춤이
이어지고 흥겨운 잔치 분위기였다.



몇 년 사이 코로나가 지나가고
하필이면 그 무렵에 몇 번의 큰 병을 이겨내고
맞은 칠순이라서 더욱 감개무량했다.

지금은 테니스와 달리기로 건강을
유지하며 술담배 끊은 새로운
생활이 펼쳐지고 있는 샘이다.

낡은 자동차 타이어를 갈아 끼우듯이 인생도
은퇴(retire)의 삶을 맞으니
또한 젊은 날과 달라지는 삶이다.




남편 칠순에 받는 가장 큰 선물은
세 누나를 둔 막내아들이 올해는 아빠가
된다는 것이다. 올해 이러저러하게
세웠던 모든 계획은 태명 나무가
태어난 후로 미루었다.

그날까지 남편은 쉬지 않고
매일 달리겠다고 한다.
7학년의 인생은 외손이든
친손이든 손주들이
태어남으로 조상님께 부끄럽지
않겠다면서 눈시울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