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日常

흙이 좋아 땅에서 살리라

낭만할매 안단테 2023. 10. 1. 10:53

몇 해 전 12층 우리 집으로
이사 온 천리향과 재스민이 베란다에
있다. 진한 향을 풍기던 천리향은
꽃이 곱고 향이 좋아 사랑스럽던
나무이다.

올여름은 너무 더워서일까
잎도 자꾸 떨어지고 재스민 역시
볼품없이 지쳐 보이고 잎이 마른다.

쌀뜨물을 받아주고 알갱이 거름을
줘봐도 잎에 윤기가 흐르지
않고 잎이 마른다. 분갈이를 제대로
안 해서 인가?

여름 화분은 물관리가 더 어렵다던데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다.




화분들이 모두 큼직해서
혼자 들 수도 없고 남편과 둘이
캐리어에 싣고 아파트 화단에
심어 보기를 한 달만이다

그동안에 여러 차례 비가 내렸고
밤과 낮의 기온차를 견디고
자연의 바람과 뜨거운 햇빛까지
견디며 흙에 뿌리를 내려야
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라.

역시 땅에서 흙의 기운을 받으니
천리향과 재스민이 기지개를
펴고 새순이 트여 새 잎이 나왔다.

천리향 먼저 내려오고 재스민이
나중에 내려왔는데 두 나무 모두
살아나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다.




요즘은 사람들도 종일 걷는다고
운동하지만 흙 한 번 밟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흙 밟고 싶다고 일부러 산으로
가거나 비포장 둘레길이나 올레길을
걷는 것 역시 땅을 밟고 흙의
기운을 받고자 함이다.

무릇 식물이란 땅에 뿌리박고
사는 것임에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베란에 옮겨와 맘에 들지 않는
환경에서 견디자니 얼마나
황당하고 답답했을까 싶다.

아무리 애지중지 보살펴도
무언가 불만이었을 것이다.




땅으로 돌아가 흙의 기운에 힘을 얻어
다시 살아남이 본연의 자리를
찾음이다.

되살아나면 다시 집안으로 옮기고자
했으나 겨울을 어떻게 견디든
그건 이제 천리향과 재스민이
해야 할 과제이다.

흙이 두 나무를 잘 보듬고
감싸서 생명력을 잃지 않게
하고 내년 봄에는 아파트 단지에
천리향 진한 향이 퍼지리라.

재스민도 꽃까지 핀다면
더 바랄게 무엇이겠는가.




사람들도 흙이 좋다고 맨발로
흙의 기운 받고 사는 요즘이다

땅이 좋아 빛이 좋아 바람이 좋은
흙에서 뿌리내리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