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日常

매미도 한철이라네

낭만할매 안단테 2023. 8. 30. 16:28




어젯저녁에는 바람이 하도
선들하게 불어오니 싸늘함이
느껴졌다. 유난히도 더위를 많이
타는 남편은 여름이면 허구한 날
윗 옷을 벗고 지낸다. 저녁 식사 후
소파맨으로 앉아있더니

'아 ~~ 추워~왜 이렇게 춥지~?'

'아 ~ 벗었으니 춥지요... 옷을 입던가
문을 닫으세요'

'아~~ 그럴까~~~'




지독하게도 덥던 올여름
태풍에 한 차례 꺾이고 계속
내리는 비에 또 한 풀 꺾인 듯하다
언제 까지나 버티고 덥기만 할
것도 아니니 기어이 물러가려는
더위다

그에 따라 귀가 따갑도록 큰 소리
로 울던 매미 소리도 조금은 잦아
들었다




오죽하면 '매미도 한 철'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물러갈 것
같지 않던 더위가 사그라지듯
매미도 가려한다

흔히 매미는 오덕(五德)을
지녔다고 한다

매미의 일생을 살펴보면
매미는 땅속에서 7년을
기다렸다가 성충이 되어
이 세상에 나와서 10여 일
정도로 살다 생을 마친다고 한다.





짧고 굵은 매미의 삶을 선비들은
군자의 다섯 가지 덕을
겸비한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니 놀랍기도 하다.


매미가 지닌 다섯 가지 덕(德)이라면

1. 매미의 곧게 뻗은 입이 갓끈과
같아서 학문(學問)에 뜻을 둔
선비와 같고,

2. 사람이 힘들게 지은 곡식을
해치지 않으니 염치(廉恥)가
있으며,

3. 집을 짓지 않으니 욕심이
없이 검소(儉素)하고,

4. 죽을 때를 알고 스스로
지키니 신의(信義)가 있고,

5. 깨끗한 이슬과 수액만
먹고 사니 청렴(淸廉)하다는
것입니다.


매미의 五德
학문, 염치, 검소, 신의, 청렴




조선시대 임금이 정사를 볼 때
머리에 쓰던 익선관(翼蟬冠)은
매미의 날개를 본뜬 것이며
매미의 오덕(五德)을 생각하며
백성을 다스리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한다




더위가 곧 물러가듯 매미 소리
또한 사라지고 서늘한 바람이
몰아치면 계절은 가을이 된다

이제는 시끄럽다고 성가시다는
생각만으로 매미를 나쁘게
치부할 것만은 아닌 듯하다

덥다 덥다 하더니 갑자기 춥다는
한 마디에 계절이 바뀌는 한가운데
서 있음을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