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음식

가을이네

낭만할매 안단테 2023. 10. 9. 12:19




추석이 지나니 하루하루
기온이 떨어진다.

들판에 곡식들도 곧 다가올 겨울에
대비하여 부지런히 알곡을 익힐
것이니 늙은 호박은 더욱 붉어지고
있을 테다.




여름 내내 사다 먹은 맵지 않은
고추도 이제 끝물이란다. 삭히는
고추와 고구마와 노랗게 익은
깻잎이 나왔다.
하마터면 만나지 못할 뻔했는데
오늘 아침 안성맞춤으로 잘 만났다

푸른 깻잎이야 영양가 좋고 더 싱싱
하지만 노란 깻잎은 어릴 때 먹었던
맛에 해마다 찾게 된다


 



남편과 둘이 차곡차곡 나란히 모아서
실로 묶고 며칠간 삭힐 참이다
투명하게 삭은 깻잎으로 담은
깻잎짠지는 딸네 아들네 모두
좋아한다.

어느 해 골굼짠지를 담아주니 이건
엄마 맛이 아니라고 한다.
왜 그럴까?
똑 같이 담았다 싶었는데 무엇인가
내가 담던 방식대로 아니었던가
보다.

나이 들면 입맛도 변한다더니...
내 입맛도 변했나 보다
내가 먹어봐도 내 음식이 점점
맛이 없구나 싶은 이유가 있다.



넣을 조미료 팍팍 아끼지 않고
넣던 때와 달리 설탕 빼고 물엿
빼고 차 떼고 포 떼고 보니 맛이
없을 수밖에.

이제는 맛으로 먹기보다는 건강식으로 먹자고
싱겁게 또는달지 않게 먹으려니 감칠맛이란 게 없는 음식이
되고 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맛 좀 없어도 건강하게 먹읍시다'
라며 남편과 둘이서 먹을 때는
그대로 먹는데 딸들은 그래도
음식이란 게 맛있어야 한다며
추가 양념을 팍팍치니 맛이
다르다.




오늘은 표고와 느타리버섯
득템이다.  표고는 저렴이로
샀더니 물이 좋지 않다
말려서 다시마와 같이 갈아서
조미료로 써야겠다.